매일신문

[책] 완벽이 온다

이지애 지음/창비교육 펴냄

책 는 그룹홈에서 독립을 준비하는 세 여성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은 뛰어오르는 청소년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책 는 그룹홈에서 독립을 준비하는 세 여성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은 뛰어오르는 청소년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지애 지음/ 창비교육 펴냄
이지애 지음/ 창비교육 펴냄

자립. 한자어로는 '自立'. 즉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선다는 뜻이다. 흔히 성인이 돼 스스로 먹고 살 돈벌이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자립'했다고 말한다.

이미 홀로 살며 돈벌이를 시작한 기자에게 '자립'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아직 부모로부터 100% 경제적 자립은 이루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정서적 자립을 이루지 못했다. 30대가 넘는 나이지만 기자는 여전히 작은 일이나 큰 일이나 가족과 공유하고 함께 웃고 걱정하고 논의한다.

그렇게 보면 기자가 늘 어디서든 당당히 행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것도 단순 경제적인 뒷받침을 떠나 언제나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가족이 뒤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온전한 자신으로 자립하는 과정에는 정서적 자립이 필수적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사회부 소속 시절 복지 담당 기자로 인턴 기자와 함께 대구의 한 아동복지시설을 찾았다. 기자의 앞에 두 여성 청소년이 앉았다. 이제 복지시설을 떠나야할 나이인 이들은 사회에서 '자립 준비 청년'이라고 명명했다.

"시설 너무 답답해요. 어서 밖에서 제 마음대로 하면서 살고 싶어요."

어린 나이부터 보호 시설에서 거주한 이 두 아이는 '탈시설'을 앞두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고대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무사히 자립을 할 수 있을까. 경제적 자립은 충분했다. 정부는 자립 준비 청년들의 사회 적응을 위해 몇 년간 매달 지원금을 전달한다. 여기에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등에 나선다면 한 달 생활비는 거뜬히 마련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립 준비 청년은 이 경제적 자립만으로 완전한 자립을 이뤄낼 수 없었다. 호기롭게 사회에 나선 자립 준비 청년들은 대부분 외로움을 겪거나 우울증에 빠졌다.

왜? 믿고 의지할 대상이 부재하면서다. 한 평생 보호시설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오다 갑자기 내던져진 사회에서 이들에게 "잘 할 수 있다"고, "함께 해보자"고 버팀목이 돼 주는 이들은 잘 없었다. 시설의 복지사들이 자립한 아이들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지만 언제나 늘 부족한 인력 한계로 세심한 케어도 힘든 실정이었다.

우리 사회가 단순 경제적 지원에 머무를 게 아니라 이 아이들이 온전한 자신으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정서적 자립을 위해 얼마나 든든한 뒷받침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여기, 이 땅의 수많은 자립을 모색 중인 모든 이에게 '할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야기가 있다. 제2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인 이지애 작가의 장편 소설 '완벽이 온다'. 이 책은 그룹홈에서 독립한 세 여성 청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으며 삶을 꾸려 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민서와 해서, 그리고 솔. 이 셋은 가족의 안온함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난다. 그래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늘 남에게 내비치며 가족에 대한 결핌갑에서 벗어나고자 애쓴다.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은 채 홀로 버텨 보기도 하고 완벽한 가족을 만들겠다며 끊임없이 연애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결핍감과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건 다름 아닌 이들 자신이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솔에게 해서가 손을 내밀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민서가 합류해 셋은 다시 뭉친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어엿한 가족과 다름없다.

이 작품은 자립 준비 청년이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 또한 자립임을 보여 준다. 자립이 주변과 단절된 채 꼿꼿하게 버티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홀로 섰지만 서로 부족한 면을 채우며 함께 서는 것 또한 자립임을 던진다. 216쪽, 1만4천500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