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도체 시장 80%가 '시스템'…한국은 점유율 3% 바닥

메모리 반도체 집중이 가져온 위기, 시스템 반도체 육성 지금이 골든타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생산공장). 삼성전자 제공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생산공장). 삼성전자 제공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컴퓨터, 스마트폰, 미래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전 분야에 폭넓게 사용된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국가가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선도해왔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취약한 편이다.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성장 가속도가 붙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초라한 성적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에서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해당하는 D램과 낸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각각 70%, 50%에 이른다. IT기술 전문기업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36.8%)와 SK하이닉스(22.8%)는 글로벌 1·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메모리를 제외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8.1%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나 2위인 삼성전자는 7.9% 수준이다.

국가별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유무선 통신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외에도 군사, 우주·항공, 로봇 등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자동차 및 산업용 로봇 등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와 광학·비광학 센서 반도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정밀 기계 등 특정 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MCU에 강점이 있고 대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수요가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특화된 분야가 뚜렷하지 않고 주요 기업 수 역시 타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전략 수립과 포지션 식별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다각적 실태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현황. 한국은행 제공
시스템 반도체 시장 현황. 한국은행 제공

◆선제적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성장을 거듭한 결과 한정된 시장에서 확실한 강점을 지닐 수 있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형성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도 연관성을 지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최근 내놓은 '한·미·일 업종별 대표기업 경영실적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년 동기 대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6.2%이다. 같은 기간 미국 반도체 업계 평균 매출 증가율은 6%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의 TSMC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43.8%를 기록하며 2020년부터 40%가 넘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총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대량 생산이 이뤄지는데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큰 편이다. 맞춤 주문을 통해 생산 물량과 가격 등을 확정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경기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셈이다.

실제 D램 판매 가격은 2018년 9월 8달러를 넘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초 1달러대에 진입했다. 지난달 기준 판매액은 1.3달러로 작년 같은 달(2.85달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재고가 쌓이면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국내 주요 기업도 실적 악화로 인한 '어닝 쇼크'에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정호 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는 기술 발전과 연관이 깊다. PC에서 시작해 그래픽, 모바일 기기로 이어진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제 미래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미 다른 기업이 선점한 분야는 후발주자의 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미래 산업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다면 승산은 있다"고 했다.

반도체 수출액 추이.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액 추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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