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내린 극한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주민들의 이번 추석은 씁쓸하기만 하다. 임시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등 70여 일 동안 많은 시설들이 복구된 상태지만, 삶의 터전과 가족·이웃을 잃은 빈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아서다.
현재 예천군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에는 31가구 48명이 생활하고 있다. 감천(11가구)·효자(9가구)· 은풍(3가구)·용문(3가구)·감천(3가구)·호명(2가구) 등이다. 이들은 추석을 앞두고 최근 입주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고향에서 대부분 귀성객을 맞이하는 이들에겐 약 28㎡ 8평 남짓한 이곳은 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추석은 자녀들이 있는 곳으로 역귀성을 하거나 추석을 따로 보내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폭우로 임시 주거시설로 입주한 한 주민은 "임시 주거시설에서 혼자 편하게 지낼 수는 있어도 추석을 쉬러 오는 자녀들과 손주들까지 발을 들이기는 많이 좁은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아들이 사는 수도권 집에서 추석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 폭우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추석은 더욱 아프기만 하다. 하천에 휩쓸려 모친을 떠나보낸 A씨는 "사실 명절 차례 등은 어머니가 대부분 준비를 하는데 특히 명절이 되니까 어머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5일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경북에서는 예천과 영주, 봉화, 문경 등에서 25명이 숨지고, 예천군에서 2명이 실종된 등 큰 피해를 입었다.
76일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주민들이 상당수다. 당시 폭우로 인한 산사태를 겪은 영주 주민 B씨는 "당시에 돌들이 '쾅쾅' 집을 때리는 소리와 '콸콸콸'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은 후 산사태를 겪었다. 이 때문인지 세탁기가 돌아가는 작은 소리에도 심장이 내려않는 기분이 들고 그날이 떠오르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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