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커피 한잔 할래요'…포린에서 LP의 매력에 폴인

전영록·아이유·잔나비 희귀 엘피판 가득…손님들에 청음 기회도 제공
수제청 전문가 손길 닿은 토마토바질에이드·청귤청에이드 새콤달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카페 포린의 외부 전경. 홍수현 기자
대구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카페 포린의 외부 전경. 홍수현 기자

완연한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울긋불긋한 단풍과 샛노란 은행잎은 절정을 맞았다. 가을은 감성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피고 지는 단풍과 은행잎을 보고 있자면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마음을 잠재우려 고요하고 감미로운 음악을 재생한다. 아이유, 카더가든, 잔나비, 검정치마의 따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잔잔한 음악만 반복 재생하고 있으니 한 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포근한 목소리는 LP(엘피)로 들으면 더 좋아. 아날로그 감성도 나고 말이야" 디지털로도 충분히 좋은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단 말인가. 대구에도 엘피를 청음 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장 남구에 있는 포린으로 향했다.

◆ 보고 듣고…엘피판 매력에 퐁당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홍수현 기자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홍수현 기자

"카페야 음반 매장이야?"

포린에 발을 내디디면 가장 먼저 하게 될 말이다. 입구에서부터 엘피판을 전시해놓은 포린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 찰나, 내부에는 더 많은 엘피가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몇 장이나 될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김민지(26) 대표가 나타났다. 김 대표는 매장에만 1만5천~2만 장, 창고에 보관된 것까지 합치면 4만5천~6만 장이나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던 중 엘피를 발견하게 됐다. 한 번 들어보니 엘피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그렇게 엘피를 모으다 보니 개수가 늘었다"며 "엘피판 판매 사업도 병행하다 보니 음반 매장 분위기도 난다"고 설명했다.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홍수현 기자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홍수현 기자

포린은 엘피판 개수만큼이나 여러 장르, 다양한 가수의 엘피를 보유하고 있다. 클래식, 오에스티, 가요, 팝, 헤비메탈부터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가수 이문세, 김현식, 변진섭 엘피까지 있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그룹 레드벨벳 조이, 애니메이션 지브리, 세일러문 엘피판도 눈에 띈다.

잔나비의 '전설' 엘피 앨범 표지. 포린 제공
잔나비의 '전설' 엘피 앨범 표지. 포린 제공

이 중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엘피판도 있다. 전영록 친필 사인이 담긴 '불티·사랑과 이별'이 그 주인공으로, 가격이 무려 350만원이다. 지난 2014년 딱 4천장만 찍어낸 아이유의 '꽃갈피' 초판도 미개봉 보관 중이다. 잔나비 '전설' 미개봉 초판, 김광석 엘피 초판 모두 보기 드문 음반이다.

포린의 특별함은 이같은 엘피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미개봉, 지퍼백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청음 할 수 있다. 재생 장치인 턴테이블 사용법을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김 대표가 찬찬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서 도전해 보고 싶다면 아래의 방법을 따라 해 보길 바란다.

엘피 음악을 틀 수 있는 재생 플레이어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포린에는 총 4대의 엘피 재생 플레이어가 있다. 포린 제공
엘피 음악을 틀 수 있는 재생 플레이어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포린에는 총 4대의 엘피 재생 플레이어가 있다. 포린 제공

우선 듣고 싶은 엘피를 고른다. 앨범을 펼쳐 속 비닐 속 엘피 레코드를 조심히 꺼낸다. 이때 레코드 표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반드시 레이블 부분과 바깥 둘레 부분을 잡고 위쪽으로 꺼내야 한다. 기스가 생기면 소리가 튕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코드는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바늘을 레코드 위로 이동하면 비로소 음악이 재생된다.

기자는 스타이즈본 엘피판을 골라 들었다.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가 은은하고 따스하게 울렸다. '이 맛에 듣는구나'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엘피에 매료됐다.

엘피 청음은 평일 기준 최대 2시간, 금요일 주말 기준 최대 1시간 30분 동안만 가능하다. 턴테이블이 4대이니 손님들이 많아도 듣기 충분하다. 청음 시간이 아쉽다면 현재 포린에서 2주간 엘피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니, 이용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포린 인스타그램(porin_lp)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들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포린 제공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들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포린 제공

'중년에게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청년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전해준다'는 엘피의 매력 때문일까. 10대에서 68세까지 폭 넓은 연령층의 고객들이 가게를 찾는다.

김 대표는 인기에 힘입어 가게 확장 이전도 계획 중이다. 그는 "매장이 좁다 보니 창고에 있는 엘피나 CD, 카세트테이프를 놔둘 공간이 없다. 다른 넓은 공간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때는 릴 테이프라는 새로운 앨범도 추가할 예정이고, 창고에 있는 앨범도 매장 내 배치할 것이다. 다만 정확한 시일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차 한 잔
낭만적인 음악에는 그에 걸맞은 차 한 잔이 필요하다. 포린은 분위기 있는 엘피 음악과 어울릴 만한 음료가 가득하다.

포린에서 판매하고 있는 청귤청 에이드. 상콤한 맛이 특징이다. 포린 제공
포린에서 판매하고 있는 청귤청 에이드. 상콤한 맛이 특징이다. 포린 제공

포린에 왔다면 수제청 에이드는 꼭 마셔봐야 한다. 과거 수제청 사업으로 오랜 기간 수제청을 담근 김 대표의 정성이 들어간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중 청귤청 에이드(7천원)는 포린의 시그니처다. 청귤청 에이드에는 청귤로 만든 수제청에 사이다, 얇게 썬 과일 청귤이 들어간다. 청귤의 새콤함과 탄산의 톡 쏘는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포린에서 판매하고 있는 토마토바질에이드.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포린 제공
포린에서 판매하고 있는 토마토바질에이드.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포린 제공

토마토 바질 에이드(7천원)는 상큼함보다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바질은 향만 내는 용도로 사용하고 토마토를 많이 넣어 과일 본연의 달달한 맛을 극대화했다. 토마토 바질 에이드에는 일반 토마토가 들어가지만,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강의 달콤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커피 메뉴로는 부드럽고 단 크림카페라떼(7천원), 바닐라빈 라떼(6천300원)를 추천한다. 크림카페라떼는 아인슈페너와 비슷하게 쌉싸름한 원두커피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이 올라간다. 한 모금 들이켜면 입안 가득 크림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닐라빈 라떼는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으로 만들어 깊고 진한 바닐라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포린에서 판매중인 바나나크림푸딩. 포린 제공
포린에서 판매중인 바나나크림푸딩. 포린 제공

커피와 함께 곁들일 디저트도 빠질 수 없다. 대부분 김 대표가 직접 만든다는 포린 디저트는 푸딩, 스콘, 케이크 종류도 다양하다. 푸딩은 여섯 종류로 바나나, 초코, 오레오 푸딩(각 4천800원) 등이 있다. 베이스는 커스터드 크림과 생크림이다. 맛에 따라 속 재료가 달라지는데 바나나 푸딩에는 바나나, 초코 푸딩에는 초코칩, 오레오 푸딩에는 오레오 과자가 들어간다. 그릭요거트 질감처럼 꾸덕하고 아이스크림처럼 시원·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김 대표는 겨울을 대비해 제철 과일 메뉴들도 준비 중이다. 12월 제철인 딸기를 이용한 딸기청 우유와 딸기 푸딩, 빅토리아 딸기 케이크를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포린이 손님들의 추억 속 장소로 남기를 기대했다. 그는 "너무 좋은 공간에 가면 그곳의 노래와 공기, 분위기가 그대로 기억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엘피 음악을 떠올렸을 때 손님들이 포린을 떠올리고 추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들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포린 제공
포린의 내부 모습. 수많은 엘피판들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포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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