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집권당에 대한 수술 방식으로 제도와 규정에 대한 손질 대신 정풍(整風) 쇄신을 선택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혁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당의 전면적인 분위기 전환을 당부하면서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 ▷텃밭 동일 지역구 3선 금지 등을 요구했다. 당내 중진들의 활동무대와 정치적 생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내용들이다.
10·11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드러난 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극약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곧바로 당의 대주주인 영남과 중진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구체적으로 '당이 어려울 때마다 솔선수범했던 영남이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중진들도 '중진들이 설화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선거에서 진 것이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혁신위원회에 부여된 권한을 염두에 두고 여론을 상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부도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대표가 전권을 부여했지만 그렇다고 당의 수술방향을 최고위원회의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은 혁신위원회와 당무 전반을 관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당의 분위기를 다잡는 조언자 역할과 함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체질개선을 주도하는 혁신위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혁신위원회는 최근 구체적인 제도나 규정을 제안하기보다 당이 자정능력을 발휘하고 여론을 무서워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지난 3일 당내 이른바 '기득권 세력'을 향해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차 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 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어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말 대통령을 사랑한다면 험지에 나와서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라. 못 하겠으면 내려놓으라는 것"이라고 혁신위원회 요구안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 위원장은 영남 중진이 빠진 자리를 친윤, 검사 출신들이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그것은 스스로 죽는 거다. 이상한 약을 먹고 죽는 것"이라며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 밖인 제도와 규정이 아니라 나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론을 통해 당의 변화를 추동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 그리고 중진들과 불필요한 마찰은 줄이면서 당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여론'의 추이에 신경을 쓰면서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며 광폭행보로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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