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 시도가 의외의 지점에서 암초를 만났다.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서 '최초 당사 집결 공지' 인물이 당초 알려진 추경호 대구시장이 아닌, 한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한 의원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는 데 일조했다는 법적 판단이 나올 경우, 한 의원의 정치적 기반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릴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서 정계에 입문한 한 의원은 계엄 저지의 주역을 자처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반목을 정당화했고, 이 덕에 탄핵정국에서도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논란이 특히 국민의힘 구성원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복당 시계'를 앞당기려던 한 의원의 최근 계획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방증하듯, 법정에서 한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안철수 의원은 친한(동훈)계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안 의원도 점차 반격에 나서고, 이를 장동혁 대표가 거드는 형국이 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번 '사생결단'의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보수진영의 역학구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安 "계엄선포 그날, 한동훈이 당사로 모았다"vs韓 "사실 왜곡·거짓 선동"
양측이 처음으로 맞붙은 시점은 약 아흐레 전이다. 한 의원이 지난 9일 안 의원의 법정 증언에 대해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하자 당일 안 의원이 이를 재반박하고, 한 의원이 또다시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안 의원은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열린 추경호 대구시장(당시 원내대표)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안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가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에 있다며, 당 차원의 방해 때문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추 시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라고 처음 공지한 인물은 한 의원(당시 대표)으로 안다고도 진술했다.
안 의원은 "경찰이 국회 출입을 막고 있으니 당사로 모이자고 먼저 한 게 한동훈 (당시) 대표라고 들었다. 추 시장은 그에 맞춰 당사에 모이라고 한 것"이라며 "한 의원이 국회에 모이라고 했는데, 추 시장이 이를 무시하고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지났다고 객관적 사실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한 의원은 "안 의원께서 말씀하시는 건 국회가 봉쇄됐을 때 (오후 11시쯤) 임시로 당사에 갔던 것"이라며 "안 의원 본인 SNS를 보면 12시10분경 국회로 왔는데 못 들어갔다고 했는데, 11시에 있었던 일을 12시에 맞춰 왜곡해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의원이) 정치적인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하나하나 평가하진 않겠지만, 그날 있었던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건 허용할 수 없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계엄 당일 먼저 당사로 모이라고 한 것은 한 의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사실만을 말했다"며 "(2024년) 12월 6일 원내대표실 배포 자료에도 계엄 후 의원을 국회로 먼저 소집한 것은 원내대표(로 나와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당시 자료를 공유하며 "당 대표 또한 국회로 의원들을 소집했으나 당사로 변경했고, 뒤이어 원대실에서도 소집 장소를 당사로 공지했다. 한 의원이 추 시장에 앞서 의원들을 당사로 모이라고 한 진술의 어떤 점이 허위인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본 사안은 지난 4월 동일 재판에서, 우리 당 의원의 증인 심문 과정에서 한 의원이 최초에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한 사실을 왜 자신의 저서에 안 썼는지를 두고 이미 제기됐다. 새로운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사에서 의원들을 규합해 국회로 갔던 과정이 제 책에 상세히 기재돼 있다. '책에 그 내용이 없다'는 등의 거짓 선동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독해진 安, 韓 향해 "복당 단호히 반대…창당하되 친한계 '렉카'는 빼길"
이후 사흘간 친한계의 집중포화를 맞은 안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의원은) 이제 우리 당에는 얼씬도 하지 말기 바란다. 복당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일갈했다.
안 의원은 "계엄을 막은 건 결코 한 의원 혼자가 아닌데 왜 그날의 역사가 오직 한동훈 한 사람의 영웅 서사가 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 및 친한계 의원들을 향해서는 "법정에서 사실을 증언한 자당 중진 의원을 공격하고, 조롱하고, 매도했다. 당내 동료를 적으로 규정하고 여론전에 몰두하는 건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한 의원이 당 밖에 있는데도 이 정도인데, 복당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며 "당 전체는 계파 갈등과 소모적 내전에 빠질 것이며, 총선 승리는 엄두도 못 내는 파국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15일에도 한 의원을 향해 "창당할 때 친한계 '여의도 렉카'들은 배제하길 바란다"며 "렉카에 할퀴어진 분들의 '한(恨)'이 '한(동훈)'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차분히 상황을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한 의원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발설하는 '입'들의 행태가 가관이었다"며 "본질은 내 법정 증언인데 사실과 증거가 확실하니, 엉뚱한 마타도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당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 밖의 사람을 위해 인신공격과 중상모략을 퍼붓는 것은 물론, 공상에 낚여 "누가 기자회견을 시켰다"는 식의 소설까지 쓰는 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하다"고 쏘아붙였다.
안 의원은 한 의원을 향해 "창당을 응원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진심어린 충고를 하나 드리자면, 이런 사람들은 떨쳐내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한 의원을 지지하다가도 이런 렉카들 때문에 진저리를 치고 멀어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며 "비루한 여의도 렉카질은 언젠가 한 의원을 사지로 몰아갈 수 있다. 대신 묵묵히 한 의원과 함께 일해온 사람들을 아껴라"라고 조언했다.
뒤이어 나온 장 대표의 발언도 안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펜앤마이크 유튜브에 출연해 한 의원의 복당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당시 장 대표는 "자신은 계엄을 막고 탄핵을 주도한 사람으로 남고, 추경호 대구시장과 국민의힘은 사지로 몰아넣고 갑자기 국민의힘에 복당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고 한 의원을 몰아세웠다.
◆"복당 반대 줄어든다" 韓 주장에도…민심은 아직 '부정적'
한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만난 취재진이 안 의원의 '창당 권유'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본인이 창당하신대요?"라고 되받았다.
한 의원은"제가 말한 보수 재건은 2028년 (총선) 압승과 2030년 정권 탈환"이라며 "많은 분이 그 길에 공감하고 계신다는 걸 느낀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한 의원의 복당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그분이 저한테 어떻게든 싸움을 걸어서 연명해보고 싶은 것 아니겠나"고 응수했다.
한 의원은 "뭐라고 말하든 제가 대꾸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단히 중요한 과거이고 역사인데, 저는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의 보수 재건과 승리를 바라보겠다. 거기에 공감하는 모든 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사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복당을) 반대하는 사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고도 발언했다.
이처럼 한 의원은 '보수 재건 역할론'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국민의힘 복당을 위한 사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불거진 안 의원과의 공방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도 적잖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 의원의 복당 최대 명분이 돼야할 '민심'마저도 한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2천19명을 대상으로 '한 의원 복당이 국민의힘 쇄신과 보수 재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한 결과, '도움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57.2%로 집계됐다. '전혀 도움 안 될 것'이라는 응답은 38.0%에 달했다.
특히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58.4%, 중도 성향 응답자의 53.4%가 한 의원 복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 3.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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