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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습니다] 신홍선 씨의 어머니 고 김판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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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선 씨(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꽃을 들고 있는 신부) 결혼식 사진에 있는 어머니 고 김판출(신 씨 오른쪽 한복 입은 여성) 씨. 신홍선 씨 제공.
신홍선 씨(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꽃을 들고 있는 신부) 결혼식 사진에 있는 어머니 고 김판출(신 씨 오른쪽 한복 입은 여성) 씨. 신홍선 씨 제공.

그립고 보고싶은 우리 어머니, 김판출 여사님! 어머니 셋째 딸 홍선이가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어버이날에도 인사를 드렸는데 그래도 생각이 또 나네요. 어버이날이 되면 제 며느리와 함께 어머니 계신 선산(先山)에 가서 예쁜 꽃도 꽂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울기도 했는데 다 지켜보셨겠지요?

요즘 들어 어머니 생각이 부쩍 많이 납니다. 1남4녀인 어머니의 자식들은 모두 자기들의 가족을 꾸려서 살림을 잘 살고 있고 슬하에 자식들도 낳아 잘 키우고 있습니다. 사는 게 정신없고 바빠 다들 27년 전에 하늘로 떠나신 어머니를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다들 돈도 궁하고 살기도 어려운지 형제들의 우애가 예전과 같지는 않아요. 모든 걸 내려놓으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할텐데….

어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보니 제가 고등학교 졸업식 때가 생각납니다. 변변치 못한 집안 살림인 걸 알지만 어머니는 집안 살림 돌보느라 자신을 꾸미는 걸 전혀 모르고 사셨지요. 그래서였을까요,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던 날, 머리는 그 옛날 할머니들이 많이 하던 심하게 꼬불거리는 파마머리를 하셨고 옷은 '비로도'라 불리던 남색 벨벳 천으로 만든 한복을 입고 오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어머니의 옷은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주신다고 들고 온 꽃다발이 요즘 젊은이들 말로 '대박'이었습니다. 꽃송이를 모아 만든 게 아니라 꽃을 엮어 만든 화환이었으니까요. 남색 '비로도' 한복에 빠글거리는 머리에 엄청 큰 화환을 들고 오시는 모습이 저 멀리서 보이는데 어린 마음에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그 때는 예쁜 옷을 입고 졸업식장에 오신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어머니를 부끄러워 한 것을 이제 고백합니다. 어머니, 용서해 주실거죠?

저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결혼하면 학교 옆에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부모가 되겠노라'고 다짐했었습니다. 학교 옆에서 문구점, 슈퍼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는데 둘 다 반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잘 커서 지금은 어머니의 손자, 손녀가 다 결혼해서 학부모가 됐습니다.

신홍선 씨의 아들 여영복(사진 왼쪽) 씨가 성주군수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을 때 촬영한 사진. 신홍선 씨 제공.
신홍선 씨의 아들 여영복(사진 왼쪽) 씨가 성주군수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을 때 촬영한 사진. 신홍선 씨 제공.

어머니, 살아계셨다면 칭찬을 듣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요. 지난 해 제가 군수님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제 아들이 군수님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저도, 제 아들도 군수님의 표창을 받아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제 옆에 안 계신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머니, 엄마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제 동생이 요즘 많이 아픕니다. 지난해 11월 1일이었는데, 일하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척추를 많이 다쳤어요. 병원에서는 걸을 수도 없다고 했는데 다행이 걷는 건 가능한 정도까지는 나았어요. 하지만 지금 장애 등급까지 받고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보살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걸을 수 있는 정도까지 나은 건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도운 덕분인 것 같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돌아가시고 5~6년 지나서 동생이 동치미 냉면 가게를 열었는데 그 맛을 못 보여드려서 동생은 "어머니가 이 맛을 못 보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해요.

술 많이 좋아하신 아버지 때문에 속이 상해서 늘 담배를 피우시던 어머니…. "아버지가 속 썩여서 속병났다"며 "이거 나으려면 담배가 제일 보약"이라며 담배를 태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가끔씩 꿈에라도 나타나 주세요. 어머니 사위도 하늘로 갔는데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꽃길을 걷고 있으려나요. 저도 긴 시간이 지나 하늘로 가게 되면 부모님과 제 남편을 찾아서 꽃길을 같이 걸을 겁니다. 잊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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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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