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무인도의 디바’, 또다시 시작된 박은빈표 매직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박은빈표 휴먼 멜로의 위로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공식 포스터.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공식 포스터. tvN 제공

박은빈이 또 일을 낼 모양이다. 이번에는 디바다. 그것도 무인도에서 15년 간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다 생존해 돌아온 디바. 도대체 무엇이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로 귀환한 박은빈에 또 다시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왜 무인도일까

춘삼도라는 자그마한 섬에서 16년을 살아왔던 목하(박은빈)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그 곳에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춘삼도를 나가는 배까지 쫓아온 아버지를 피해 바다로 뛰어들고, 아버지 역시 딸과 함께 바다로 추락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목하는 무인도에 표류하며 무려 15년을 그곳에서 버텨내고, 봉사 겸 방송 차 무인도에 들어온 방송사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다. 춘삼도에서 16년, 무인도에서 15년, 도합 31년을 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온 목하가 그 힘겨운 삶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좋아했고 또 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했던 가수 윤란주(김효진)와 그런 그녀를 도왔던 정기호(문우진) 덕분이다. 15년 전 춘삼도를 벗어나려 한 것도 그의 노래가 담긴 UCC 영상을 정기호가 윤란주에게 보냈고 그걸 보고 윤란주가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무인도에 표류함으로서 15년이 흘렀고, 그 15년 동안 윤란주의 삶은 톱스타에서 지방 공연을 전전하는 행사용 가수로 전락했으며 정기호의 행방은 묘연해졌지만.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이처럼 무인도라는 공간과 그곳에서의 15년이라는 시간이 목하라는 주인공의 서사로 전제돼있다. 목하는 춘삼도에 있을 때도 또 무인도에 있을 때도 인간적 온기를 느끼기 어려운 삶을 살았다. 물론 특유의 밝은 성격 때문에 그가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 속에 살아갈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정기호는 그 누구보다 목하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 또한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인도는 목하라는 인물을 둘러싼 환경을 은유한다.

그런데 무인도가 아닌 서울에서 톱스타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윤란주의 삶도 목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니저였던 이서준(김주헌)을 믿고 그와 파격적인 계약으로 회사를 차리지만, 성대결절이 온 그녀를 이서준은 용도폐기해 버리고 대신 은모래(배강희)라는 새 아이돌을 키운다. 모두가 추앙하던 삶을 살았던 윤란주는 이제 주변에 누구도 없는 혼자의 삶을 마주한다. 도시 한가운데 살지만 그는 무인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복작대지만 인간적인 온기는 사라진 도시라는 무인도에는 이서준 같은 자본의 논리를 따라가는 냉정한 인물들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보통 꽃봉오리가 만개하는 것까지 보고 싶어 합니다. 시들기 시작하면 관심을 끊어요. 자 그럼 엔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꽃이 시들기 전에 얼른 다음 꽃을 심어야죠." 그것이 이서준의 생각이자 이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다. 굳이 무인도라는 공간이 주인공의 서사로 깔리게 된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공식 포스터.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공식 포스터. tvN 제공

◆왜 디바일까

'무인도의 디바'에서 무인도만큼 주목되는 은유는 바로 '디바'다. 이 드라마는 연예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노래 부르는 가수를 중심에 세웠다. 무인도가 더 이상 인간적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자본화된 세계의 각박한 현실을 말해준다면, 디바는 그 현실 속에서도 노래를 통해 대중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존재를 상징한다. 윤란주는 그런 인물이었지만 비정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가치가 없는 인물로 평가절하된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살아 돌아온 목하는 다르다. 그녀는 술과 담배에 쩔어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윤란주의 지방 행사장을 찾아와 관객들에게 자신이 직접 분 풍선을 나눠주며 윤란주가 나왔을 때 환호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윤란주가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걸 알고는 합창단을 자청해 대신 노래를 불러준다. 자신의 팬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했던 윤란주는 목하의 부탁대로 환호해주는 관객들에 깜짝 놀라고,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목하의 가창력에 놀라며, 무대가 끝난 후 열광적인 반응에 또 놀란다.

목하의 무조건적이고 변치 않는 윤란주에 대한 애정은 마치 무인도 같은 세상에서 만난 한 가닥 인간적 온기가 주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상에 언니 팬이 딱 하나 남았다고 하믄, 언니, 응? 그것은 서목하고요. 언니 팬이 없다고 하믄 그것은 이 서목하가 세상에 없어져 붓다 치면 돼요, 언니. 언니, 지는요 언니. 언니를 위한 것은 뭣이든 해요, 언니. 어 풍선 그깠거 불라믄 천 개, 만 개도 불어요, 언니. 일도 아니어요, 언니. 그니까요 언니 응? 힘내 불어요잉." 자본의 논리에서 비껴나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시키고 멸시하는 비정한 세상에서 무인도에서 살고 나와 속물화된 세상에 전혀 물들지 않은 이 순수하고 용감한 목하의 말은 그래서 우리의 마음에도 여운을 남긴다.

디바는 노래를 하는 존재이고, 실제 이 드라마에서 목하는 앞으로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인물이지만, 그 감동의 실체는 노래의 선율이나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무인도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인간적 온기로 저들과 싸워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는 모습을 노래를 통해 전해주고 있어서가 더 크다. 물론 윤란주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건 대중들에 대한 기만이지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존재 자체로 가치가 충분한 윤란주를 다시 본래대로 회복시키기 위함이면서, 자신이 섬을 나와 꿈을 꾸게 해줬던 정기호를 찾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스틸컷.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스틸컷.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스틸컷. tvN 제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스틸컷. tvN 제공

◆왜 '무인도의 디바'일까, 그것도 박은빈의

이처럼 '무인도의 디바'는 목하가 진짜 정기호를 찾는 멜로적 서사와, 위기에 빠진 윤란주를 구해내 그녀를 그렇게 만든 저들 앞에 다시 그를 세우는 휴먼드라마 그리고 섬에서 31년 만에 뭍으로 나와 드디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목하의 성장드라마가 겹쳐져 있다. 목하라는 인물은 그래서 다층적이다. 절절한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멜로 속 주인공이면서, 각박한 세상과 맞서며 인간적 온기를 되살려나가는 휴먼드라마의 주인공이고 나아가 가수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는 성장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만큼 야심을 가진 드라마지만 그 역할은 그래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걱정을 기대로 바꿔 놓은 건 다름 아닌 박은빈이라는 배우다. '스토브리그'에서의 씩씩한 직업여성의 면면을 발랄하게 연기했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남다른 감성으로 절절한 멜로를 연기했으며, '연모' 같은 사극은 물론이고(그것도 남장여자 역할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장애인 역할까지 소화해내며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연기의 성장을 보이는 배우가 바로 그녀다. 그래서일까. 결코 쉽지 않은 '무인도의 디바'의 다층적인 역할 또한 별다른 이물감 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멜로와 휴먼드라마 그리고 성장드라마의 다양한 묘미가 음악과 어우러져 매력적으로 배치된 드라마다. 무엇보다 박은빈의 매력이 작품의 맛을 배가시켜 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무인도 같은 냉정한 세상에 의해 내쳐진 존재들을 위한 이 드라마의 위로는 쌀쌀해진 날씨에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따뜻하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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