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대 환자가 병실을 찾아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하는 사건 이후 대학병원 응급실에 경증환자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 환자를 거부했다가는 '제2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벌어질 수 있어 대부분의 병원이 경증환자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역의 대학병원 응급실은 밀려드는 경증 환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자가 병상을 찾아 장시간 표류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이후로 병원 측에서 응급이 아닌 환자들까지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사건 이후 아무리 경증환자라도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인력과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환자 수만 많아지다 보니 응급실 포화는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경증환자는 응급실에 가더라도 당장 진료를 보기보다는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응급실 특성상 밀려오는 응급환자에게 의료인력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병원 응급실에 있는 간호사 B씨는 "바쁠 때는 5시간 넘게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간단한 진통제만 처방받은 후 귀가한다"며 "가끔은 대기하는 경증환자들의 하소연을 듣느라 업무에 지장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난 7월부터 도입된 대구시의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에 따라 경증환자는 가까운 1차 병원 이송을 권유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무조건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떼를 쓰는 환자가 적지 않은 탓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의 한 구급대원은 "최근에도 단순한 다리 통증, 배뇨장애 등 호소한 환자가 거리가 먼 대학병원 응급실을 고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며 "10번 출동을 나가면 1, 2번은 대학병원을 고집하는 분들"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쏠림을 막기 위해 119 구급대에 중증도 분류기준(Pre-KRAS)을 도입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향후 시민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초·중·고 교육과정에도 응급실 이용 관련 내용을 넣어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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