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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오, 나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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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1981년작인 노엘 마셜 감독의 괴작, '로어'(Roar)에는 사자, 호랑이 등 야생 맹수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감독의 신념 탓이었다. 야생 맹수도 노력하면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아프리카로 이사 온 미국인 가족이 야생 맹수들과 함께 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로 채워진 영화였는데, 문제는 CG가 없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참사는 예상대로였다. 배우와 스태프가 다쳤고 감독도 할큄을 당했다. 몇십 바늘을 꿰매는 수술은 예사였다.

최근 유튜브 웹 예능 '핑계고'에서 출연진이 '유모차'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자 제작진이 자막으로 '유아차'라 바꿔 달았다. '유아차'(乳兒車)는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성차별 언어를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대체 단어 중 하나였다. '유모차'(乳母車)라는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한 데서 개선의 의지는 시작됐다. '엄마만 끌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었다. 자막의 기본 목적과 다른 것을 불편하게 여긴 이들이 항의 댓글을 달았음은 물론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왜 가르치려 드느냐는 것이었다. 올바른 표현을 유도하려 했을지언정 결론은 집단 항의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런 식이라면 '유아차'라는 말도 문제 삼을 수 있다. "젖먹이 아이만 탈 수 있다는 거냐"는 반박도 가능해 비생산적인 격론만 남게 된다.

떼 지은 강한 신념은 기성 작품마저 고치려 들기도 한다. 울진 매화면 이현세 만화 거리의 '남벌트레인' 벽화가 지난 5월 삭제된 것도 과정은 비슷했다. 벽화는 기차가 욱일기를 뚫고 나오는 장면이었다. 욱일기 자체가 문제시됐다. 일본이 과거 반성 없이 침탈 야욕을 드러내자 우리가 역으로 일본을 정복한다는 원작을 감안하면 어색하지 않았음에도 군국주의 상징이라는 반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쥐도 새도 모르게 벽화에 남겨 영국 브리스톨을 세계적 벽화 도시로 만든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주 무대가 브리스톨인 게 행운일지 모른다.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나중엔 잘못인 것도 모르게 된다지만 물 흐르는 대로 놔두는 것도 괜찮다. 잘 자고 있는 아이의 자세가 괴상하다며 깨우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깨워도 아이는 예의 그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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