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 경제인을 만나다] <34> 강병곤 온세미 코리아 대표이사 “전력·자동차반도체 시장 절대 강자 될 것”

"저점 찍은 메모리 내년 회복 전망…반도체,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 커"

전력반도체와 자동차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강병곤 온세미 대표이사는 청년들을 향해 열정과 도전을 당부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전력반도체와 자동차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강병곤 온세미 대표이사는 청년들을 향해 열정과 도전을 당부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강병곤 대표이사
강병곤 대표이사

미국 피닉스 본사와 화상회의를 마치자마자 얼굴을 맞댄 이 열정적인 CEO의 표정을 읽으니 그날 새벽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한 '쏘니'가 오버랩 됐다. 그렇다. 강병곤 온세미코리아(onsemi-Korea) 대표이사는 안온한 직장을 뛰쳐나와 글로벌 무대에서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지휘관으로 빛나는 성과를 일궈 내고 있다. 엔지니어로서, 프로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손흥민이나 메이저리거 김하성 선수의 롤 모델 쯤 된다고 하는 게 적절하겠다. 도전과 진취의 DNA를 생래적으로 보유하고, 세계 속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강 대표이사를 경기도 부천에서 만났다. 1974년 한국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삼성을 거쳐 세계 반도체 허브로 도약 중인 역사와 역동의 공간이다. 그는 "전력반도체와 자동차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감추지 않았다. 청년들을 향해선 "더 큰 꿈과 강한 의지를 가지라"고 격려했다.

-어떤 회사인가?

▶전력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다. Fortune(세계적 경제 매거진)이 선정한 500대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본사 매출액이 10조8천억 원이고, S&P 500지수에 편입돼 있다. 온세미 코리아는 온세미의 한국지사로서 전력반도체 생산을 위한 8인치·6인치 Fab-라인과 국내 최대 In-house EPI 라인 등을 갖고 있다. 최근 전력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SiC(실리콘 카바이트드)반도체 생산을 위해 신규 라인 건설과 최첨단 장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온세미는 녹색기업·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등 수많은 표창을 수상했다. 부천시와의 상생 협력을 설명하고 있는 강병곤 대표이사. 이무성 객원기자
경기도 부천에 있는 온세미는 녹색기업·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등 수많은 표창을 수상했다. 부천시와의 상생 협력을 설명하고 있는 강병곤 대표이사. 이무성 객원기자

-최근 본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는데.

▶전력반도체와 관련한 생산설비를 확장하며 매출을 꾸준하게 늘려 왔다. 7년 전부 SiC가 미래 빅 마켓이 될 것으로 보았고, 관련 제품의 개발과 더불어 소량이되 지속적으로 생산해 왔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며 제품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급증했다. 이를 계기로 1조 4천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SiC 생산라인 확장과 장비 셋업을 진행할 종잣돈이다. 머지않아 세계 1위의 SiC반도체 공급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주요 시장은 어디인가?

▶한국에서 생산하지만 판매 대상은 전 세계다. 가장 큰 마켓 쉐어가 중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이다. 생산은 부천에서 하지만 판매는 전 세계에서 다 한다. 이제 자동차 분야가 주력 시장이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수출이다.

-해외 시장 공략 노하우는?

▶온세미 생산기지가 세계 곳곳에 20군데 있다. 단연 한국이 제일 크고, 가장 원가가 싸고 또 잘 만들고 있다. 기술력이 최고이고, 여러모로 아마 지금 저희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탄 게 아마 한국 사업장에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점이나 경쟁력은?

▶국내 최대 전력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2천400명의 임직원이 연간 1조 원 넘게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높은 기술력과 낮은 생산 원가가 강점이자 경쟁력이라고 본다. 올해는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온세미는 자동차·전력반도체 시장을 놓고, 세계 굴지의 경쟁사들과 기술력·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이다. SiC MOSFET 기술에서는 단위면적 저항 값인 RSP값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 매년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있는 데 타개책이 무언가?

▶두 가지로 말씀 드리겠다. 우리나라가 주력인 메모리 쪽은 지금은 이제 저점을 찍은 걸로 본다. 내년 되면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전력반도체는 메모리처럼 등락이 심하지는 않다. 반도체 분야는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한창 피크라지만 앞으로 더욱 사용될 것이고 새 기능이 쏟아져 나오면서 또 새 기술이 더욱 개발될 걸로 보고 있다.

-경영 철학은?

▶일하기 좋은 회사다. 그러려면 법을 철저하게 지켜야 되고, 그 다음에 윤리 경영을 해야 한다. 특히 로컬 경영이다. 지역사회와 잘 화합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제 목표이고 개인적인 철학이다.

강 대표의 신념 중 하나는 '회사 발전이 곧 나의 성장'이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게 결국 구성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자기를 개발해 성과를 내고 기여하는 게 결과적으로 본인에게 힘이 된다"며 "그래야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고, 승진을 빨리 한다"고 했다. "설사 제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키울 수는 없다"라는 말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계획을 들려 달라.

▶현재 공장 증설을 하고 있다. 공장을 가득 채워서 향후 현재 대비 2~3배 증가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6인치 웨이퍼를 쓰고 있는데 8인치로 컨버전하는 작업을 완료하는 게 당장의 목표다.

-본사가 미국에 있다. 일과가 특별할 듯하다.

▶휴일도 평일에도 그렇고, 밤에도 자기 전에 메일을 체크하고 밤에 또는 새벽에 회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본사에서 배려해 아침 회의가 대부분이다. 다른 한국 회사에 비해 밤이나 혹은 휴일에 메일을 체크하고 답을 줘야 되는 상황이 많기는 하다.

-온세미에 합류한 이유는?

▶미국 주재원 생활을 오래 했고, 영어를 다른 분들에 비해 좀 잘하는 편이라서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더 맞겠다고 봤다. 제 예측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그 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갈고 닦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나 한국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한국반도체의 산실인 부천에서 세계적 반도체 허브 도약의 꿈을 밝히고 있는 강병곤 대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호암 이병철의
한국반도체의 산실인 부천에서 세계적 반도체 허브 도약의 꿈을 밝히고 있는 강병곤 대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호암 이병철의 '반도체 기술의 산실'이라는 휘호가 눈길을 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도 한국 축구 발전을 이끌고 있는 쏘니의 원조격(格)으로 여겨지는 강 대표다. 이무성 객원기자

-난관이 없지 않았을 텐데.

▶미국과 한국은 정서나 사고, 회사 시스템 같은 게 다소 다르다. 구조조정이라든가 급여체계 등이 그렇다. 그래도 우리 종업원들을 잘 이해하고 있고 또 글로벌에서도 우리 사이트가 온세미 전체에서 가장 크다. 전략 사이트로서 본사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본다.

-대구경북은 자주 찾나? 또 고향 모임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부모님이 안 계셔서 산소에만 가고 처갓집이 대구에 있어 더러 찾는다. 친구들은 모교인 경북대와 고교 동문을 주로 만난다.

-오늘 채용한다면 어떤 인재를 뽑고 싶나?

▶저희도 어쩌지 못하고 학교나 성적을 본다. 하지만 성적이나 스펙이 좀 떨어지고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패기가 있으면 채용을 한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어필을 할 수 있다면 다른 하나는 솔직함이다. 일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보이고 진정성이 있으면 채용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준다면.

▶더 큰 이상과 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지방대 출신이 상대적으로 약한 영어만 하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한 10년 노력하면 되지 않겠나. 끈기있게 꾸준히 노력하고 열정을 바치면 방법은 얼마든지 열려있고, 훌륭하게 성장한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온세미. 강 대표는
총성 없는 전쟁터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온세미. 강 대표는 "부천을 반도체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무성 객원기자

◆강병곤 대표이사 누구인가

대구 달성고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했다. 대학 재학 중 전자재료 모듈을 전공하면서 반도체에 꼿혔고 1986년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에 입사해 25년을 근무했다. 중국 우시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다가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해로운 건 절대 금물이다. 담배 끊은 지 오래됐고, 술은 적당히. 하루 1만보 넘게 걸을 만큼 운동에 빠져 있는 데다 음식을 잘 조절해서인지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의 결기는 대학생 때 공학도답지 않게 '타임'(미 시사 주간지)을 끼고 살며 AFKN에 집중하면서 체화돼 토종 영어 달인이 됐다.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최근 언론 노출을 기피하지 않는다.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알려 엘리트를 영입하고자 해서다.

온세미 코리아는 여성·지역·환경 친화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녹색기업을 비롯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노사문화 우수기업·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등 수상 이력이 빼곡하다. "그렇다고 남성 차별적이지는 않다"며 강 대표는 미소 지었다. 2040 탄소 제로화를 목표로 적극 실천에 나서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특히 모든 임직원이 사업장 소재지인 부천시 곳곳에서 현장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프로축구 구단 부천FC를 후원한다.

부천시상공회의소·부천시체육회 부회장을 지냈고, BIFAN(세계 최대·최고 규모의 부천 장르 영화제)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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