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에 ‘1급 발암물질’ 석면 폐기물 1t 떡하니…"이중 포장돼 안전" 황당 답변

부산 주거지에 버려진 석면 신고→어린이보호구역으로 이동

부산 동구 한 주거지 대로변에 버려진 석면 폐기물. 연합뉴스

부산 한 대로변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폐기물 1t이 방치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동구 범일동에 거주하는 A씨는 세 차례나 본인 집 앞 대로변에 석면 폐기물이 방치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지난 9월 처음으로 석면 폐기물을 발견했는데 일주일가량 지나 수거됐다. 그런데 지난달 또다시 석면 폐기물이 방치되자 A씨는 관할 지자체와 건설업체에 항의했다. A씨의 신고를 받은 지자체와 건설업체 측은 모두 "이중 포장돼 안전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또다시 석면 폐기물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고, A씨는 다시 지자체와 건설업체에 항의해야 했다.

A씨는 "이중 포장을 해도 거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인데 폐기물을 계속 발견되면 불안하지 않느냐"며 "지자체는 버려진 장소에서 불과 50m 떨어진 한 초등학교 보호구역으로 (석면 폐기물을) 옮겼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구역에 옮긴 것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와 건설업체 측은 석면 폐기물 회수업체와의 배차 시간이 안 맞아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지역에서는 슬레이트 지붕개량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로 인해 발생한 석면 폐기물은 한 번에 1t쯤 된다.

건설업체 측은 "골목이 좁아 석면 폐기물을 수거하는 차량이 내부로 못 들어가 대로변에 내놓으면 수거해 간다. 최근에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제때 수거하지 못한 것"이라며 "수거될 때까지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 임시 장소가 필요한 실정이다. 주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지자체 측은 건설업체에 별다른 행정명령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자체 측은 "무단으로 폐기물을 버렸다거나 포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행정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석면 폐기물을 옮긴 점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