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로 귀촌한 영국 신사 마크 앤클리프 씨 "농촌 생활 너무 좋아요"

한국 생활 16년 차 물리학 교수, 아내·두 자녀와 봉화로
직접 지은 집에서 농사 공부

서울에서 봉화 명호면으로 귀농한 마크씨가 집안에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시골 살이를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서울에서 봉화 명호면으로 귀농한 마크씨가 집안에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시골 살이를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시골 생활이 너무 좋아요!"

지난 3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산골 오지인 경북 봉화 명호면으로 귀농살이에 나선 파란 눈의 영국 신사 마크 앤클리프 씨(42)는 요즘 새내기 시골 생활에 흠뻑 빠져 있다. 마크 씨는 "전업 주부로 생활하기, 아이들 등·하교 시키기, 이웃 모임 참석하기, 마을 학교 김장 담그기 등 하루 일과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도 "올해는 처음 짓는 농사라 조금만 일을 해도 몸이 아프다. 겨울에 헬스장에서 몸을 잘 만들어서 내년부터는 텃밭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생활 16년 차인 그는 수도권 대학에서 10년 넘게 물리학을 가르친 교수였다. 그가 처음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 건 '운명의 단짝' 아내 이진옥 씨(48) 때문이었다. 2005년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하던 이 씨와 불교 동아리를 함께 하면서 만난 게 인연이 됐다. 그리고 2007년 이 씨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

대학 강단에서 열정적으로 강의하던 그는 취업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시골 생활을 동경하게 됐다. 그래서 올 초 교수직을 관두고서 먼저 귀농한 아내의 친구가 있는 봉화로 터전을 옮겼다. 현재 마크 씨 가족이 사는 집은 그가 귀농을 결심하고서 직접 1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할 보금자리이기에 그가 콘크리트 작업을 제외한 기초 설계·시공에 소매를 걷어붙인 것. 그의 집 주변에 아직 남아 있는 건축자재는 이 같은 수고의 흔적이다.

마크 씨는 "8개월이 지난 현재 가족 모두 시골 생활에 만족한다"며 "한국은 농촌에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아이들과 시간도 많이 보낼 수 있고 경치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다. 심지어 이런 곳에도 집 앞까지 택배가 오지 않느냐"고 자랑했다.

이어 그는 "연구는 최소 2년이 지나야 결과물이 나오지만, 농사는 바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옆집 형님이 농기계도 빌려주고 농사일도 가르쳐 줘 많이 배우고 있다. 영농 교육장도 찾아다닌다. 내년에는 농업 경영체 등록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화에는 물리학을 가르칠 대학이 없다. 내년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캠프도 열고 한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한글·수학·과학 교실도 개설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서 봉화 명호면으로 귀농한 마크씨가 집안에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시골 살이를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서울에서 봉화 명호면으로 귀농한 마크씨가 집안에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시골 살이를 설명하고 있다. 마경대 기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