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이 뜨겁다.
매분기 빠르게 고속성장하고 있는 쿠팡에 대해 21일 한 포털 사이트에선 "쿠팡에 혁신이 없다고 비난하지 말라"는 취지의 게시물이 수백 건 쏟아졌다.
일각에서 "쿠팡이 독주로 각종 업체와 갈등 속에 혁신 없이 내수시장만 노린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쿠팡의 성공은 '다들 망한다'고 손가락질할 때 수조원 투자한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쿠팡 옹호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로켓배송 혁신은 소비자·파트너 혜택 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결정적인 계기였고, 중소기업부터 삼성전자같은 글로벌 기업도 쿠팡에서 판매를 늘리며 '대박 행진'을 벌이고 있는데다 로켓배송이 대만 등 해외로 수출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요인을 제기한다.

◇"다들 망한다"할 때 특허 1200개로 '로켓 혁신'…소비자들 "늦은 밤 주문도 새벽에 받는 최고 혁신 시스템"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보다 18% 늘어난 8조102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상장 이후 매분기 20% 전후의 고속성장을 보여왔다. 3분기로 보면 이마트(7.7조원), 롯데쇼핑(3.7조원)보다 높은 수치다.
쿠팡의 분기 매출은 올 들어 이마트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각에선 빠른 쿠팡의 성장세를 빌어 "독주와 장악이 시작됐다"고 나서지만, 쿠팡이 이익을 낸 시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였다.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한 쿠팡은 8년간 적자를 냈고, 이익을 낸 기간은 1년 남짓이다.
직장인 이다은(35)씨는 "쿠팡이 적자만 보고 수년간 투자에 올인할 땐 가만있다가 이제 흑자로 돌아서니 '독주'라는 표현할 수 있나"며 "그동안 투자한 것도 이제 겨우 건질까 말까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기간 경쟁 유통기업인 이마트는 어떨까.
쿠팡이 수조원의 적자를 낼 때 이마트의 2014년~2022년 누적 영업이익은 3조339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약 600조원대 유통시장에서도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4.4%로 이마트(5.1%)보다 작고 롯데쇼핑(2.5%)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합산 3분기 매출은 9조3171억원으로, 쿠팡의 3분기 매출과 1조2000억원이나 격차가 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보유해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시장점유율이 10%에도 이른 기업이 없는 국내 유통업계에선 쿠팡은 시장을 장악하는 '독주 기업'이라기보다 '성장 기업'이 아직 맞다는 지적이다.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만들며 6조2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투자했다. 택배사들의 중간 유통단계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반면, 제주도·강원도 같은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확대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밤에 급하게 주문해 새벽 아침에 받는 물류시스템 만든 것이 그야말로 혁신"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970억원으로 늘면서 업계에선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AI 기반의 최첨단 스마트 물류망을 확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12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특허수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 최빛나(28)씨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없었으면 코로나 펜데믹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을 국민이 헤쳐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쿠팡은 100% 망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한해 수천억대 적자를 수년간 기록하다 경쟁해 성공을 쟁취한 것"이라고 썼다.
한 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전국 물류망 구축은 수도권 등에 국한된 로켓배송 혜택을 소외된 지방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와 2021년 뉴욕증시 상장은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는 과거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수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 투자의 수익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지만, 쿠팡의 뉴욕상장 분기점으로 투자자들이 먼저 '넥스트 쿠팡이 어디냐'고 묻는다"고 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물류 투자 성공이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인식을 통째로 바꿨고, 빈약한 벤처생태계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中企도 삼성전자도..쿠팡으로 '대박'…유통업체 첫 '로켓배송 비즈니스 모델' 해외 수출
이 과정에서 로켓배송의 확대는 유통구조가 복잡다단한 기존의 대형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통해왔다. 소비자들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빠르게 당일, 새벽배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대리점이나 중도매 같은 유통 중간 단계를 낀 업체들이 쿠팡과 손을 잡으며 '동반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것이 시각이 우세하다.
쿠팡의 중소상공인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2022년 120% 올랐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인 문제로 가전 매출 부진을 쿠팡으로 타개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200여종의 TV를 '로켓설치'(가전·가구 등을 전문기사가 설치해주는 서비스)로 팔고 있는 삼성전자의 쿠팡 TV 판매 비중은 올 들어 LG전자의 2배 이상으로 1년 전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993년 1호점을 내며 직매입 모델을 확대한 이마트는 2000년대 신흥 유통 강자로 농심과 기싸움을 벌이는 등 수십년간 유통사와 제조사의 '재판전쟁'은 존재해왔다"며 "주요 기업들이 신유통채널과 협상에서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비즈니스 과정을 '갈등' 내지 '싸움꾼'으로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는 LG생활건강과 CJ제일제당이 거론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막연한 '갈등'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JP모건 투자 보고서를 통해 "쿠팡과의 거래가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마진이 높다"고 밝혔고, LG생활건강은 쿠팡 입점이 중단된 지난 2019년 이후에도 쿠팡에 재입점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이식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단순 점포 개설을 넘어 물류 투자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는 것은 쿠팡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로켓배송을 론칭한 쿠팡은 최근 2호 풀필먼트센터를 개소했고, 내년 상반기에 3호 센터를 개설한다.
지난 1년간 쿠팡을 통해 해외 진출한 중소기업만 1만2000곳 이상으로, 국내 소비재 기업 수의 약 30%를 차지한다.
1년간 매출이 10배씩 뛴 중소기업이 등장하는 등 대만 쿠팡을 포함한 쿠팡의 신사업 부문 매출은 올 3분기 전년 대비 40% 가량 올랐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일각에선 "쿠팡의 독주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가품 등의 문제가 심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유통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체의 해외 진출은 '로켓배송 생태계' 전체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의미와 형식의 수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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