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금 보장하면서 시장 초과 수익 내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조원대 손실이 예고된 것과 관련해 책임 공방이 거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판매자(은행)들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강화된 설명 의무를 성실히 했고, 녹취를 통한 투자 의사 확인 및 48시간 숙려 제도 등 보호 장치도 지켰다며 '면피용'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를 향해서는, 조기 상환이 잘 될 땐 아무 말 없다가 문제가 생기자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한 점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다며 싸잡아 비난했다.

2018년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ELS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 발행액 101조원 가운데 개인 투자 비중은 47%였고, 개인 투자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42%였다. 개인 투자 10명 가운데 8명은 은행 신탁을 통해 투자하는 등 지난 10년간 꾸준히 판매된 해당 ELS는 '고령 개인 투자자가 은행을 통해 투자해 왔던 인기 상품'이었다. 개인 투자자 중 70%가 재투자이며, 80대 이상 1인당 평균 투자액이 1억7천230만원에 달했다는 점 등은 그 인기를 가늠케 한다. 그러다 2021년 1월 이후 판매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 2월 홍콩H지수가 '반짝' 고점을 찍은 뒤 곤두박질을 시작해 2년 동안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은행권, 소비자 등 세 주체는 각자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전가하거나 '면피'에만 몰두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사태만 더 악화시킨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원금이 보장되면서 시장 초과 수익률까지 내는 상품'은 우리 금융 시장에 절대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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