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을 남기고 만 22세의 나이로 분신(焚身)한 노동자.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태일 사후(死後) 56년. 한국 노동운동이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천문학적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연간 영업이익(300조원)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성과급 규모는 '45조원'. 직원 1인당 6억~7억원가량이다.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와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경쟁사와 동일한 영업이익 10%를 제시했다. '성과급 상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지만, 노조는 강경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번 성과급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들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물류 등에 걸쳐 수천개의 협력업체와 수십만명의 하청 노동자가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2025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5천만원을 넘는다. 중소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집단이 기업 이익 배분까지 독차지하겠다는 상황이다.
56년 전 월급 2만3천원을 받던 4년차 재단사 전태일의 하루 버스차비는 30원이었다. 이 돈은 월급 1천800원 대부분을 고향집에 부쳐 끼니를 거르는 어린 시다(여공)들에겐 1원짜리 풀빵을 30개나 사먹을 수 있는 '큰 돈'이었다.
전태일은 자기 차비 30원으로 여공들에게 풀빵 30개를 사주며 자기는 이미 먹었다고 '뻥'을 쳤다. 그리고는 3시간 거리(12km)의 집까지 걸어서 퇴근했다.
오늘의 한국 노조는 전태일의 '풀빵 30원'을 삶의 지표로 삼았던 민주 노동운동가들에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은 군사독재 정권의 가혹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고문과 투옥도 불사하며 목숨까지 걸고 투쟁했다.
안타까운 현실은 1980, 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본질(本質)이 2000년대 이후 '황제·귀족 노조'로 변질(變質)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기득권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올리는 데만 매몰됐다.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성과급 논란을 두고는 한국 노동운동의 종말(終末)이라는 자조(自嘲)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열흘을 앞두고 11, 12일 정부 중재 아래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기업 노사 관계에서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어느 나라 국민이 성과급 독점을 명분으로 내건 대기업 노조 파업에 공감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성과급에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지역사회, 협력업체 노동자의 땀과 노력도 함께 녹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파업은 결국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45조원 성과급'에만 매몰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노사 모두 공멸(共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노사가 이번 협상에서 만큼은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협력과 책임, '풀빵 30원'의 상생과 연대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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