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금지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전국 3대 개시장 중 한 곳인 대구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유예기간 내 관련 업종의 폐업·전업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보상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 우려가 크고 '조단위'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전국 3대 개시장'이라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적막감이 가득했다. 100m가 채 되지 않는 골목에는 '임대문의'라고 적힌 팻말이 군데군데 붙여져 있었고,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 안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은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전국 3대 개시장이었던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과 부산 구포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이다. 북구청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는 보신탕 업소 4곳, 건강원 9곳 등 13곳의 가게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폐업이 불가피한 만큼 생계유지를 위해 적절한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육견을 판매하고 있다는 장모(60) 씨는 "일평생 이 일만 했는데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하니 답답하다. 업종 전환을 하려고 해도 돈이 없어서 못한다"며 "나도 19살 노견을 키우는 견주이지만 어떤 동물을 먹을 수 없다고 법으로 막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식용금지법'은 개고기의 사육과 도살, 조리 등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개고기를 사육하거나 증식, 유통,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처벌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2027년부터 적용된다.
문제는 통과된 법안에 개고기 관련 업주들에 대한 지원책이 명확하지 않아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원안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업할 경우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최종안에서는 '필요한 지원'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불법의 소지가 많은 곳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관련 업주들은 개식용금지법 자체가 위헌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위원장은 "개식용금지법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등과 같이 헌법에서 규정한 법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적절한 보상도 없이 업종을 변경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실질적인 보상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안을 둘러싼 논쟁은 벌써부터 분분하다. 육견협회 등에선 개 1마리당 최소 200만원의 보상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어 현실화될 경우 필요한 예산이 조 단위가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만원'을 적용할 경우 2022년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52만 마리만 따져도 1조원을 넘는다. 동물권 단체 추산 100만 마리, 육견 업계 추산 200만 마리를 대입하면 보상금액은 2조원에서 4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 외에도 현재 대구경북에는 육견협회 추산 300여곳의 육견농가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이번에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상안 등 추후 대책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며 "보상계획이 수립되면 대구시는 이에 따라 관련 업주들에게 폐업·전업과 관련한 지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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