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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DGB금융 회장 사의…조직 안정·시중은행 전환 착착 '아름다운 퇴장'

"약동적 미래, 새 리더십 필요"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매일신문DB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매일신문DB

김태오(69) DGB금융지주 회장이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는 짧은 설명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날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로도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김 회장이 거취를 표명한 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지 2일 만이다. 지난 2년간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SB(특수은행)'를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현지 공무원에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아 온 김 회장과 대구은행 임직원 등 4명은 지난 10일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회사 안팎에서는 경영승계 시기가 다가오면서 입장 표명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던 상황에 무죄 선고가 나오자 결심을 굳혔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이 평소 '명예'를 중요시해 온 만큼 가능한 한 명예롭게 물러날 방법을 고심해 왔을 거라는 게 DGB금융 측의 설명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최근 4명이 다 무죄 선고를 받고, 회사가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게 됐으니 홀가분함을 느끼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본다. 시중은행 전환도 문제없이 추진 중이고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도 잘 돼 있어서 본인이 더 역할하지 않아도 조직이 잘 흘러갈 거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 임기는 오는 3월 말 종료된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 2018년 5월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던 회사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21년 3월 1차례 연임했으며 2019년 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는 대구은행장을 겸했다.

지난 6년간 김 회장은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한 '소통형 리더십'으로 조직을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주요 성과로는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이 꼽힌다. DGB금융이 지난 2019년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반영되기도 했다.

김 회장 취임 이후 DGB금융은 2018년 10월 하이투자증권, 2021년 3월 수림창업투자(하이투자파트너스 전신), 2021년 8월 주식투자 플랫폼 기업 뉴지스탁을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작년부터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국구로 입지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계획대로면 시중은행 전환도 김 회장 임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같은 노력을 기반으로 DGB금융은 지난해 총자산 100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GB금융그룹 총자산은 100조원, 당기순이익은 4천247억원(지배주주 기준), 임직원 수는 4천813명(국외 제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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