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아파트 건설현장 임금 미지급·공사 중단 (종합)

태영건설 '외담대' 만기 못 막자 전문건설업체 돈줄도 막혀
'동부정류장' 현장서 150여명 지난달 임금 11억원 못 받아
대구경북 태영 사업장 10곳, 피해 확산 걱정 커져
노동청 "'체불청산 융자' 등 자금 확보 방법 강구" 

1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지난 16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지난 16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에 들어간 태영건설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했다. 태영이 시공한 건설현장에 참여한 지역의 협력업체가 임금을 못 받아 공사를 중단했고, 소속 근로자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동부정류장 후적지' 공사중단

18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정류장 후적지 건설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의 철근·콘크리트업체인 A사가 지난 15일 태영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16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A사는 그동안 인건비는 현금으로, 자재비 등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받아왔다. 외담대는 협력업체가 태영이 발급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현금화)을 받아 매달 자잿값, 인건비 등을 지급하는 결제방식이다.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태영이 은행에 대금을 지급한다. 태영은 워크아웃이 개시된 12월부터 인건비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외담대로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를 맞은 451억원의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은행의 외담대 대출이 막히면서 협력업체의 현금이 말라버린 것이다. A사는 이달 15일에 지급해야할 현장 노동자 160명에 대한 12월 임금 11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업체는 지난달에도 자재비 등 공사대비 수억원 상당의 외담대도 현금화하지 못해 재하도급 업체에 지급하지 못했다. 재하도급 업체는 목수, 철근조립, 타설 등 대여섯 군데에 이른다. 철근·콘크리트 공정뿐 아니라 다른 작업을 맡은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공사 현장에는 토목, 소방 설비, 전기 등 13개 전문건설업체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명절 앞두고 막막"

A사 관계자는 "명절 전에 일부 자금이라도 풀릴 수 있다는 약속이 있다면 조금 참아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임금이 밀린 현장 노동자들이 당장 생계를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곳 현장 노동자 B(59)씨는 지난 16일 300만원 카드 대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연이율 15%라는 높은 금리가 부담됐지만, 공과금 등 각종 세금을 포함해 한 달 생계비가 2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A씨는 "겨울엔 현장이 거의 없는데 건설경기도 안 좋아 당장 일할 곳이 없다. 앞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김건호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조직부장은 "원청이 무너져도 중간에 협력업체가 금전적 여력이 있어 책임지면 문제 없는데, 실제론 전문업종 면허만 있을 뿐 영세한 업체가 많다"며 "결국 한 곳에서 돈줄이 막히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건설업의 고질적 병폐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번질까도 걱정

대구에 있는 태영의 건설현장은 동부정류장 후적지 개발사업 1곳이다. 후분양 단지기 때문에 분양 계약과 관련한 분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리 인상 여파로 건설업 체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앞으로 다른 현장까지 피해가 번지는 게 걱정이다. 2022년 200억원이었던 대구경북 건설업 체불액은 이미 지난해 276억원으로 38% 증가했다.

노동 당국도 집중 지도 등 체불 청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4일 대구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이 공사 금액 30억원을 초과하는 건설 현장 47곳을 방문해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특히 태영건설 사업장 10곳을 찾아 기성금 집행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태영건설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만나 임금체불 관련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협력업체들은 대구고용노동청이 제공하는 '체불청산 융자'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일부 임금을 지급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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