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이초 학부모에 명예훼손 고소 당한 교사,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

이른바 '연필사건' 학부모, 악성민원 의혹 제기한 교사 고소
교사들 '재수사' 요구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이 사망한 20대 교사를 추모하는 메모를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이 사망한 20대 교사를 추모하는 메모를 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관련 의혹을 온라인에 제기했다가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한 현직 교사가 경찰에서 혐의를 벗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최근 서이초 학부모 A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현직 교사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서이초 20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고인이 일부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이후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약 4개월간의 수사끝에 학부모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자 해당 학부모는 지난해 9월 교사 B씨를 포함해 서이초 사건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댓글을 단 26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형법상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이 생전 고인에게 갑질·폭언을 했다는 허위글을 게시했다는 게 고소 이유였다.

학부모 A씨는 고인의 사망 동기로 거론된 이른바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로 알려졌다. 연필 사건은 고인이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일이다.

앞서 A씨가 사건 의혹을 제기했던 교사 등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계는 반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이초 (사건) 직후 일련의 혼란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다시 관련 교사를 고소해 서이초 사건의 상처를 다시 들춰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고 때로는 손해 보면서까지도 함께 갈 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도 이번 고소 사건은 바람직하지 않고, 회복돼 가는 교육공동체의 갈등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서 서이초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아가 경찰도 조사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일에는 교사들이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학부모에 대한 재수사와 수사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전국 교사 일동은 "경찰은 서이초 학부모와 동료 교사의 진술 조서, 동료 교사와 고인이 나눈 단체 대화방 메시지를 공개하고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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