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짠내 풀풀나는 짠테크 "1만원으론 김밥으로도 하루 세 끼 못먹어!"

무지출챌린지·현금챌린지 등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유행
기자들이 직접 ‘만원의 행복’ 도전해보니 “고물가 실감"
소비 습관 되돌아보며 ‘소비 디톡스’하는 기회

새해를 맞아 다양한 방식의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도전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해를 맞아 다양한 방식의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도전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부자 되게 해주세요."

이것은 바로 비는 사람은 봤어도 이룬 사람은 본 적 없다는 마법의 소원. 그래,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신도 외면할 만하지.

그래서인지 수년 전부터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루에 한 푼도 지출하지 않는 '무지출챌린지'부터, 일자별·용도별로 쓸 만큼의 현금만 배분해 지출하는 '현금챌린지'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

새해를 맞아 '주말&' 기자들도 '짠테크'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무지출챌린지는 엄두도 못냈고, 지난 15~19일 닷새간 총 5만원만 쓰기로.

'티끌 모아봤자 티끌이지'라며,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고 쉽게 빚지는 습관에 익숙했던 기자들은 과연 짠테크에 성공했을까? 일주일 내내 '짠내' 가득했던 에피소드들을 공유해본다.

칼국수가 8천원, 짜장면이 6천원. 외식물가에 새삼스레 놀라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돈 아낀다고 컵라면으로 끼니 해결하면서도 이게 맞나, 하고 의문이 든다.
칼국수가 8천원, 짜장면이 6천원. 외식물가에 새삼스레 놀라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돈 아낀다고 컵라면으로 끼니 해결하면서도 이게 맞나, 하고 의문이 든다.
통신사 할인 혜택이 의외로 쏠쏠하다. 소액이라도 할인 받는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길.
통신사 할인 혜택이 의외로 쏠쏠하다. 소액이라도 할인 받는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길.

◆짠테크 챌린지인가 다이어트 챌린지인가

▶1월 15일(월)

▷현정= 짠테크 시작 첫날이 내 생일이라니. 퇴근하고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카페를 다녀왔다(-3만250원).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여준 친구들을 위해 커피 한잔이라도 사는 것이 도리인데, 짠테크 챌린지 중인 것이 조금 야속해졌다. 생일이 같은 후배의 생일선물까지 사느라 하루 만에 5일치 예산을 초과해서 본의 아니게 남은 날 동안 무지출 챌린지를 하게 됐다.

▷소현= 저녁은 남편과 함께 냉털(냉장고 털기)! 냉장고를 뒤졌더니 온갖 식료품을 득템했다.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소시지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냉장고 속 음식들로 일주일 식단도 짜봤다. 장을 보고 나서야 냉장고 속을 확인했던 나쁜 습관도 고쳐보기로 했다.

▷헌재= 1시간까지 무료인 식당 주차장에서 고작 1분 초과로 주차비 2천원을 냈다. 이럴수가.

▶1월 16일(화)

▷소현= 돈도 없는데 샌드위치가 먹고 싶은게 뭐람. 인터뷰 갔다가 빵집이 보여 홀린 듯 들어갔다. 샌드위치 하나를 집고 보니 피자빵 광인 남편의 모습이 어른거려 홀린 듯 피자빵도 샀다. 사실 그간 소액은 귀찮아서 통신사 할인 받을 생각 안했는데, 한 푼이 아쉬운 지금은 통신사 할인이 구세주 같았다!

▷현정= 본가에서 출퇴근하니 일상적인 지출을 아낄 수 있다. 어제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과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밖에서 커피를 사먹지 않기 위해 집에서 미리 커피를 마셨다.

▷연정= 오늘은 점심 혼밥하는 날. 근처 밥집을 찾아보니 갈비탕이 9천원, 칼국수가 8천원, 짜장면이 6천원?! 물가에 새삼스레 놀란다. 결국 김밥(3천500원)을 사먹었다. 김밥가게 사장님이 항상 참치김밥(4천500원)을 사먹던 내게 "오늘은 참치김밥이 아니네요"라고 하신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가게를 나오며 생각했다. 이제 1만원으로는 김밥으로도 하루 세 끼 먹기 어렵구나.

▶1월 17일(수)

▷소현= '내 돈인 듯 내 돈 아닌 내 돈 같은' 곗돈으로 점심을 배부르게 해결했다. 하지만 남편이 감기 기운이 돈다는, 퇴근길에 약을 좀 사다 달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약값은 아끼지말자 싶어 알약과 함께 쌍화탕도 샀다. 민간 요법으로 감기를 잠재워보려다 참았다.

▷연정= 사고 싶은 책이 생겨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려다 결제 직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1만5천750원이 순식간에 통장에서 빠져나갈뻔. 어이구야.

요즘 세상에서 결제란 얼마나 쉬운 것인가.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고 쉽게 빚지는 사회에서 짠테크는 한번쯤 해봄직한 도전이다.
요즘 세상에서 결제란 얼마나 쉬운 것인가.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고 쉽게 빚지는 사회에서 짠테크는 한번쯤 해봄직한 도전이다.
다 썼다고 생각한 화장품을 잘라 싹싹 긁어 사용하니 일주일은 더 쓸 수 있었다.
다 썼다고 생각한 화장품을 잘라 싹싹 긁어 사용하니 일주일은 더 쓸 수 있었다.

▶1월 18일(목)

▷현정= 당직이라 늦게까지 회사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저녁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삼각김밥을 사려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아 소시지(1천900원)를 하나 사서 먹었다. 멍청한 소비였다. 시간이 지나자 배가 고파졌다. 삼각김밥을 먹었어야 했던 것이다. 이정도면 짠테크 챌린지가 아니라 다이어트 챌린지가 아닌가 싶다.

▷소현= 친정엄마 집 근처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엄마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점심을 해결했다. 마침(?) 엄마가 해 놓은 불고기와 사과 몇 알도 훔쳐오다시피 가져왔다. 엄마 찬스로 점심, 저녁 모두 해결!

▶1월 19일(금)

▷소현= 지인의 생일이다. 보통 때였으면 금액 상관 없이 선물을 마구 골랐겠지만, 고심 끝에 부담이 크지 않은 책 선물을 하기로 했다. 교보문고는 모바일앱에서 미리 주문하고 직접 가서 찾는 '바로드림' 서비스를 선택하면 10% 할인된다. 번거롭지만 10% 할인이 어디여.

▷연정= 일주일 간의 짠테크 준비를 위해 차에 기름도 든든히 채워넣어놨으나, 반려견 사료를 채워놓을 생각은 못했다. 세상에. 대체할 게 없어 어쩔 수 없이 주문했다. 새해 들어 4천원이나 사료값이 올랐네.

기자들의 요일별 소비 내역. 5일간 5만원만 쓰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기자들의 요일별 소비 내역. 5일간 5만원만 쓰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짠내 나는 일주일, 어땠어?

▷현정= 짠테크 챌린지 해보니 우선 소비를 하기 전에 합리적인지 생각해보며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됐어. 불필요한 소비도 많이 줄인 것 같아. 다양한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역으로 절제하고 덜어냄을 통한 디톡스를 시도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데, 꼭 짠테크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새해를 맞아 '소비 디톡스'로 생활을 단순화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어.

▷소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어. 또 장을 안봐도 될 정도로 냉장고 속에 먹을 것이 넘쳐난다는 것도 깨달았어. 다 썼다고 생각했던 화장품을 가위로 자르고 면봉으로 긁어 쓰니 일주일은 거뜬하더라고! 어쨌든 내 소비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빠져나가던 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 이사를 앞두고 창고에 방치했던 운동기구를 중고 거래해 3만원의 수익도 냈어. 평소라면 누군가에게 주거나 그냥 스티커를 붙여서 버렸겠지?

냉털(냉장고 털기)로 식비를 아껴보는 건 어떨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냉털(냉장고 털기)로 식비를 아껴보는 건 어떨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걷기만 해도 적립금을 주는 앱도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걷기만 해도 적립금을 주는 앱도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소소한 짠테크 꿀팁들

▶임소현 기자처럼 집에 방치된 물품들을 깨끗이 닦아 중고시장에 내놓아보자. 집도 정리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커피 무료 쿠폰이나 외식업체, 영화관 할인 등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이 의외로 쏠쏠하다. 해당 통신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숨어있는 할인 혜택과 쿠폰을 샅샅이 찾아서 알뜰하게 써볼 것.

▶앱을 통한 재테크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걸음 100보에 1원씩 적립되는 앱이나 출석체크, 퀴즈, 챌린지 달성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앱을 다운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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