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실은 수레가 힘겹게 굴러간다. 바싹 마른 몸피의 노인이 버거운 삶을 수레에 의지한다. 노인이 수레를 밀고 가는지, 수레가 노인을 끌고 가는지 아득하다. 녹색 신호가 깜빡이는데도 길을 건너지 못하는 폐지 수레는 위태롭다. "빵~빵~"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가 있지만, 모아둔 종이 상자 꾸러미를 건네는 이웃도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을 그린 빼어난 시(詩)가 있다.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김사인의 시 '바짝 붙어서다'의 앞 부분이다. 헐렁한 몸빼를 입은 노인이 폐지를 줍는다. 승용차가 길에 들어선다. 노인은 길을 터주기 위해 벽에 바짝 붙는다. 폐지 수레를 향해 경적을 울려 대는 무도한 너희와는 다르다는 듯. 헐벗은 삶이나, 인간의 품격을 지키려는 자존감이다.
얼마 전, 정부가 폐지 수집 노인 실태 조사 결과와 지원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고물상 4천282곳 중 100여 곳을 표본 추출한 뒤 전국 단위 규모를 추계했다. 조사 결과, 폐지 줍는 65세 이상 노인은 4만2천 명,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이들은 평균 하루에 5.4시간, 한 주에 6일간 폐지를 주웠다. 이 노동으로 번 돈은 월 15만9천원. 폐지 수집의 시간당 소득은 1천226원이다. 이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천860원)의 12.4%. 폐지를 수레 가득(100㎏) 쌓아도 8천원 미만이다.
복지부는 올해 폐지 수집 노인을 전수조사한 뒤, 이들에게 일자리를 줄 방침이다. 빈곤 노인들에게 높은 소득과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제공될 노인 일자리는 '공익활동형'(수당 월 29만원), '사회서비스형'(월 76만원), '시장형 사업단' 등 103만 개. 지난해보다 14만7천 개 늘었고, 예산도 2조262억원이 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폐지 줍는 노인 4만2천 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발굴만 되면 지원에는 문제없다는 뜻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잘 되면 폐지 수레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장담이 신기루 같다. 믿고 싶지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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