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회고록서 "탄핵 찬성 의원들에 정치 무정함 느껴"

박근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 개최
탄핵 정국 당시 심경 토로…향후 여행·시장 등 공개 행보 예고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직격 "국회법 통과 전 연락피해…어처구니 없어"
"최서원 '비덱이 뭔가요?' 거짓말, 지금도 전율…미르 이사진 추천받은 건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18대 대선 뒤 2022년 대구 달성군 사저로 오기까지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5일 호텔인터불고에서 열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시장도 다니고 여행도 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공개 행보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7시간이나 정윤회 씨 관련된 소문에 왜 강하게 대처하지 않았나'라는 한 청중의 물음에는 "루머는 어느 시대나 있다. 제가 미혼이고 여성이다 보니 주로 성적인 루머가 나돌았다"며 "법적 대응을 생각했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이라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거짓임이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생각해 개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연단에 함께 오른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탄핵 정국 당시를 회상하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인 사람이면 못 견뎠을 것이다"고 말했다.

◆ 2021년 작성 수감 중 메모 첫 공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4년 9개월의 수감 시절 도중인 2021년 늦가을에 쓴 자필 메모를 처음 공개했으며, 회고록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였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한 일화를 다뤘다.

그는 2017년 10월 16일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 재판 절차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적었다.

또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며 등을 돌린 옛 측근들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썼다.

◆ 유승민 일화 소개…"어처구니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 관련 일화도 소개했다.

2015년 4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 기조를 비판하자,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자"고 그를 직격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을 TV 중계로 직접 봤는데, 그의 발언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연설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며 "창조경제는 폄훼하면서 당시 야당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환영한다고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다만 "20대 총선을 생각하면 뼈아픈 후회가 남는다. 무엇보다 유 의원 공천 논란을 그렇게 크게 만들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 문제가 다른 총선 이슈를 다 덮어버렸다"고 말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도서
유영하 변호사가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도서 '박근혜 회고록 : 어둠을 지나 미래로1·2' 출간기념회에서 발언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김영진 기자

◆탄핵 찬성 의원에 서운…"정치 무상"

박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당일 상황에 대해 "담담한 마음으로 비공개 국무회의를 소집했는데, 함께 고생한 국무위원들의 얼굴을 보자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 속으로 피눈물이 흘렀다"고 적었다.

또 '탄핵안 찬성 여당 의원 62명 명단'을 지라시로 접했다며 "정치란 참으로 무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친박 무소속 연대' 소속이었고 이후 친박임을 자처하며 활동해온 3선의 A의원", "2012년 총선 때 지원 유세를 간곡하게 부탁해 곁에서 도왔던 수도권 재선인 B의원", "경기 지역에서 시장통을 구석구석 돌며 유세를 도왔던 재선 정책통 C의원", "역시 '친박 무소속 연대' 소속으로 친박임을 강조하던 4선의 D의원"을 나열했다.

한편 행사에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 김관진·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자리했다. 300여 명의 청중은 때로는 박수를 치고,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가 끝난 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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