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우남의 현실 외교와 대한민국 건국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우남(雩南) 이승만은 조선 왕조에 반대하며 근대화를 부르짖다가 투옥된다. 감옥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복음을 전파한다. 1904년 8월, 5년 9개월의 수감 생활 후 특사로 출옥한다. 이후 선교사의 추천으로 미국의 명문 대학들에서 교육받고 이 땅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식한다.

이승만은 해방 정국과 6‧25전쟁으로 혼란한 대한민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16세기 초의 마키아벨리처럼 실리적인 외교와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다. 프랑스의 침입 가운데, 밀라노와 대립하던 피렌체 공화국이 위험에 빠지자 정치와 실리 외교의 천재 마키아벨리가 등장한다.

마키아벨리처럼 우남은 해방과 분단의 혼란 속에서 민중의 안녕과 자유 증진이란 사명감으로 애오라지 나라의 혼란을 수습했다. 그는 외교를 통한 독립과 교육이 장차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이라 판단했다. 6‧25전쟁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남은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외교력을 발휘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으면서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아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확실한 장치를 마련한 우남의 외교적 혜안 덕분이다.

우남은 봉건왕조를 부정했던 근대적인 인물이었고, 일찍이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최고 엘리트였다. 그는 호전적인 북한 정권에 맞서 반공을 국시로 채택했다. 우남이 동족상잔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강한 북진을 펼쳤다고 독재자나 분열자로 매도하는 것은 북한의 선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꼴이다.

그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공산주의의 거짓과 만행을 일찍이 감지했기에, 초대 국무총리로 광복군 출신의 반공주의자 철기 이범석을 등용했다. 독재자나 분열자는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국민을 아사로 몰아간 김일성과 무지막지한 그의 세습 권력자들이다.

이승만은 대륙 문화권에서 해양 문화권을 지향해야 한다는 미래 지향의 비전도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유교적 의식에서 본다면 혁신적인 전환이며, 실로 100년을 내다보는 선각자적인 시각이다. 태평양 시대를 예견한 해양 문화권의 인식은 우남의 탁월한 국제 정세에서 비롯되었다. 민주 공화정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를 닦았고, 무엇보다 대통령으로서 우남의 건국 논리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점에서 그의 공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가의 지도자는 나라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없다. 개혁이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반대를 척결하는 위엄도 필요하다. 우남은 나라의 공익을 위해서라면 반대나 비난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탁월한 외교관이자 국가수반으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정착했으며 경제 발전의 토대도 구축했다. 1956년, 전쟁의 폐허에서도 200명의 이공계 유학생을 미국으로 보내 오늘날 원자력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남의 한계도 있다. 한성 감옥의 동료 죄수였다가 함께 도미(渡美)한 박용만과의 관계는 못내 아쉽다. 박용만은 네브래스카주립대학에서 한국인 최초의 ROTC(학군장교) 과정을 거치며, 습득한 군사훈련을 우리 동포에게 전수한다. 그가 창설한 한인소년병학교 출신의 다수가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군 간부로 헌신하거나 재미 사회 지도자가 된다.

유일한과 정양필도 한인소년병학교 생도였다. 박용만이 무력투쟁을 위해 하와이에서 국민군단을 창설하자, 교육과 외교를 주장하던 이승만과 크게 대립하며 교민 사회가 양분‧반목하게 된다. 우남은 박용만을 밀고까지 하게 되는 과오를 범한다. 이 외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 등도 우남의 많은 공(功)을 희석한 과(過)일 것임은 분명하다.

우남이 정치적 야망과 욕망이 강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대한민국 건국과 국민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랬기에 그는 4‧19혁명으로 하야하면서도 "불의를 보고 일어나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다"며 우리 국민의 깬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비롯하여, 여성 투표권‧교육과 인재 양성‧농지 개혁‧한미상호방위조약같이 그가 이룩한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초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이 오늘의 번영 국가로 성장하는 데 토대를 마련한 우남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 우리는 우남에게 제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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