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유림 배웅 속 '참선비' 이근필 퇴계종손 영면에 들다

11일, 퇴계종택 앞 치러진 참선비 마지막 길 전통상례로
생전 '조복'·'은악양선' 알리고, 행동과 일치하는 삶 실천
옛 것을 지키지만 고집하지 않는 '참선비 본보기'로 칭송
고인 머물던 종택 사랑채에는 짚으로 역은 '여막' 설치해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엄재진 기자

11일 안동시 도산면 퇴계종택 앞 마당.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한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의 마지막 길에는 전국 문중 유림과 후손 100여명이 함께했다.

이날 빈소가 차려졌던 안동병원 장례식장을 떠난 고인은 자신이 반평생 퇴계의 가르침과 바른 세상을 위해 몸소 실천하며 종무를 지켰던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 양지바른 곳에 묻혀 영면에 들어갔다.

고인은 생전 문중 납골당인 '진성궁'을 조성하는 등 전통을 바꾸고 장묘문화도 매장 대신 화장으로 가야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화장할 뜻을 남겼지만 상계문중회의에서 매장하기로 결정한 것.

이날 전통상례는 상두꾼으로 나선 안동상여소리보존회 회원 20여명이 직접 전통 그대로 엮은 상여에 고인을 태워 금성수 상여소리보존회장의 상여소리와 함께 진행됐다.

종택을 떠난 상여는 종손께서 일생의 과업으로 추진했던 선비정신 교육시설인 '도산서원선비수련원'에서 잠시 머물었으며, 상주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수련원 내부를 한바퀴 돌면서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고인을 태운 상여 뒤로는 전국 유림들이 고인의 공덕을 기리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글을 쓴 '만장'(挽章) 30여개가 따르며 종손의 생전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고인의 자(字)는 성유(聖幼), 호(號)는 청하(靑霞)다.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인천 제물포고교에서 3년간 한문을 가르치다 귀향해 고향인 도산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교장으로 퇴임했다.

이후 줄곧 종택을 지키며 찾아오는 숱한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검소한 삶을 통해 선비정신을 알려왔다. 고인은 '조복'(造福)과 '양선'(揚善)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고인은 "부처님과 예수님에게 복을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복은 누가 줄 수 있는게 아니다. 복은 결국 자신이 짓는 것"이라며 '조복', '스스로 복을 짓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기뼈하고, 잘하는 것을 알리는 삶이 결국 자신의 복을 짓는 것"이라며 '은악양선'(隱惡揚善)을 권했다. '남의 나쁜 점은 덮어주고, 남의 좋은 점은 널리 알리자'는 의미를 몸소 실천해 온 참선비였다.

2001년 11월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맞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을 설립하고 퇴계학 스터디그룹 '거경대학'(居敬大學)을 운영해 왔다.

수백년 유가의 예법을 지켜오면서도 종가문화 개선에 나서 2011년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종손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2014년에는 퇴계 불천위 제사를 현대사회에 맞게 초저녁 제사로 지내면서 전국 불천위 종가들의 제례문화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또, 과거 서원 사당에 여성 출입을 금하던 폐습을 없애고, 2020년 서원 역사 600여년 최초로 도산서원 향사에 여성 초헌관으로 임명하는 등 세상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삶을 실천해 왔다.

고 이근필 종손이 떠난 퇴계종택 사랑채에는 짚으로 엮은 '여막'(廬幕)이 설치돼 아버님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죄책감과 지극한 효심을 실천하려는 상주들의 슬프고, 애틋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사진은 종택 앞에서 치러진 노제 모습.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영면에 들었다. 사진은 종택 앞에서 치러진 노제 모습.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종택 옆을 지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종택 옆을 지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앞을 지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앞을 지나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장지를 오르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상여가 장지를 오르고 있다. 엄재진 기자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사진은 종손께서 기거하시던 종택 사랑채 앞에 설치된
지난 7일 93세의 나이로 서세하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이 11일 퇴계종택 앞에서 전통상여에 실려 종택 뒤편 선영에 명면에 들었다. 사진은 종손께서 기거하시던 종택 사랑채 앞에 설치된 '여막'. 엄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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