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분 1초 급한 암환자들, 의사 없어 요양병원서 사망…진단 받고 쫓겨나기도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대 종로구 연건캠퍼스 앞에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로 전공의 사직과 의대 교수 의료현장 이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공백이 심각해진 가운데 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 환자들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호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연합회)는 11일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 사례들을 알렸다.

연합회에 따르면 식도암 4기 환자의 보호자 A씨는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치료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의료 사태로 인해 입원도, 치료할 여력도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상태가 위중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멍해졌는데, 치료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으로 진료실을 나왔다"고 했다.

A씨는 또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하며 중증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와 시간이 짓밟고 있다고 느꼈다. 막막함과 황당함에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70대 암 환자가 치료를받지 못한 채 병원 전원과 퇴원을 강요받기도 했다. 이 환자는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며칠 안 돼 사망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입원 대기 중인 B(76) 씨는 항암치료가 일주일 이상 연기됐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B씨는 "매일 병원에 전화해 대기 순번을 확인하고 있는데 순번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너무 무섭고 겁이 나지만, 이 사태가 끝나길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암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암 환자 C(60) 씨는 "9차에서 10차로 넘어가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입원이 중지됐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외래로 돌렸지만, 1주일이 밀려 총 4주간 치료가 연기됐다"며 "그 사이 등 통증과 간 수치가 올라갔다"고 했다.

연합회는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중단하고 의사들은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중증질환자들이 협상 도구로 전락해 볼모가 되고 있다. 이 파렴치한 상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한편, 집단 사직한 전공의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정부가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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