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수성사격장 자주포 훈련 끝내 중단…재개 18일만에 다시 파행

주민 50여명 “환경훼손·생존권 위협” 주장하며 트랙터로 입구 막아
폐유 등 불법 폐기물 의혹 제기…해병대 ‘군 부대 것 아니야’ 경찰 신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 포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18일 민관군협의체 참여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 포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18일 민관군협의체 참여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약 3년여만에 겨우 재개됐던 포항 수성사격장 군 사격훈련이 20일도 안돼 주민 반대에 부딪치며 또 다시 중단됐다.(매일신문 지난 12일 보도 등)

특히, 이날 주민들로부터 포 사격장 내 폐유 등 불법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조만간 경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 주민 50여명은 포 사격장 입구에 모여 '민·관·군협의체 구성없는 사격훈련을 결사반대한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주민들이 동원한 트랙터 8대가 포 사격장으로 향하는 유일한 마을길을 틀어 막은 상태였다.

18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 포 사격장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트랙터로 막혀 있다. 신동우 기자
18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 포 사격장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트랙터로 막혀 있다. 신동우 기자

이날 해병대는 산서리 포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자주포를 발사하면 약 4㎞ 떨어진 수성사격장(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내 표적지로 포탄이 명중하게 된다.

아침 일찍부터 주민들이 포 사격장 진입을 저지하고 나서자 군 당국은 이날 오전 9시쯤 "현지 주민 시위로 장비 이동이 불가해 주민 안전을 위해 순연(차례로 연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계획된 사격훈련을 조금씩 재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화 창구 마련'에 대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앞으로 군 사격훈련 일정에 전반적인 차질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앞서 지난 1월 국민권익위윈회와 군 당국이 훈련 재개 소식과 함께 발표한 '민관군협의체 구성 및 향후 사격 일정에 대한 협의' 약속에 대해 "주민들을 이간질 시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다른 동네 사람들만 대화 창구에 참여시키고 정작 사격장 주변 주민들은 아예 배재시키고 있다"며 반발에 나선 상황이다.

더욱이 이날 시위에서는 "군 당국이 포 사격장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것을 이용해 폐유 및 건설폐기물 등을 유기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외준 장기면개발자문위원장이 포 사격장 인근에 나무들이 거멓게 죽어버린 것을 들어보이며 환경훼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외준 장기면개발자문위원장이 포 사격장 인근에 나무들이 거멓게 죽어버린 것을 들어보이며 환경훼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이외준 장기면개발자문위원장은 "산서리 포 사격장 인근 산 위에서 보면 시커먼 기름과 콘크리트 더미들이 뒤덮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폐유 등이 하천을 타고 아랫마을로 흘러들어 온다"면서 "소음 및 오발 위험과 환경파괴 등 생존권을 심각히 위혐하면서도 왜 다른 동네 사람들과 암암리에 절차를 추진하는지 국민권익위와 군 당국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측은 "포 사격장 폐기물은 현장 확인 결과 군부대 것이 아닌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경찰과 지자체 관계부서에 신고했다. 훈련장 환경개선을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적극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1965년부터 운영된 수성사격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 포천에서 시행하던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이 갑작스레 옮겨오며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 반대에 따라 군 당국은 2020년 10월부터 수성사격장 내 훈련을 잠정 중단했으며, 2021년 2월 국민권익위의 분쟁 조정이 진행된 뒤 지난 1월 민관군협의체 구성 등을 조건으로 이달 1일부터 훈련을 재개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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