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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42>녹색 꽃받침이 흰 꽃에 얼비치는 3월의 녹악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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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김용준(1904-1967),
김용준(1904-1967), '문장(文章) 표지화: 1941년 3월호', 책 크기: A5판

표지화를 비롯해 책의 장정을 화가들이 맡았던 때가 있었다. 손에 들고 읽었던 책과 잡지의 표지로 지난 세기 대가들의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 서예가들은 제목 글씨를 썼다. 장정가의 몫을 훌륭하게 해낸 화가 중 '근원수필'로 널리 알려진 김용준이 있다.

김용준이 장정한 '문장(文章) 표지화: 1941년 3월호'는 매화를 그렸다. 연녹색 꽃받침에 흰 꽃송이가 얼비치는 녹악(綠萼)은 납월(臘月), 고향(苦香), 단엽(單葉), 금심(金芯), 백화(白花), 소실(小實) 등 옛 분들이 꼽았던 매화의 조건 중 하나였다. 3월이면 서울에도 매화가 핀다.

백매인 흰 꽃이라 흰 글씨로 써넣은 제화는 고종 때 가객 안민영의 '매화사' 연시조 8수 중 제2수다. '매정(梅丁)' 인장이 있어 김용준의 한글 궁체 필치임을 알 수 있다. 이 노래에 맞추어 '어리고 성근 가지'의 매화를 그렸다. 그림의 인장은 '벽루(碧樓)'다. 김용준은 그림과 제화, 인장이 어우러진 한 점의 매화도로 표지화를 완성했다.

월간문학잡지 '문장'은 1939년 2월 동갑 친구인 상허 이태준이 편집주간을 맡아 창간됐다. 이 잡지의 표지화, 속 표지화, 삽화 등을 김용준과 3년 후배인 서양화가 길진섭이 함께 담당했다. '문장'은 이후 2년 2개월 동안 총 27권이 간행된다. 김용준은 필진으로도 참여해 창간호에서부터 '이조시대 인물화'를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실은 '문장파' 문인이기도 하다.

김용준은 '문장' 표지를 두 달에 한 번씩 맡았는데 당시에는 "길을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나 한시도 고안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고 할 만큼 정성을 쏟았다. 남들도 그만하면 무던하다고 했다고 하며, 자신이 봐도 과히 흉하지 않다고 자부했다.

무엇을 소재로 삼을까하는 구상의 방향을 김용준은 당시의 일본적인 출판 환경 속에서도 되도록 일본책 장정을 보지 않으려 했다. 되도록 자신이 살고 있는 노시산방의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자신이 만지고 사랑하는 이조(李朝) 여풍(餘風)의 모든 미술품들을 애완(愛翫)함으로서 양식으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표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그림이다. 그런 만큼 김용준은 일본식, 서양식 장정화에 눌리지 않을 작품을 내기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김용준은 책의 장정이 자신의 본업은 아니지만 "그림과는 달라서 순수한 장식미술인데 별취(別趣)가 있다"고 했고 1950년 월북 전까지 45건 이상을 장정하며 표지화를 그렸을 만큼 인정받았다.

김용준의 '문장' 표지화는 문인화의 아취와 현대적 시각을 함께 갖춰 '신문인화(新文人畵) 운동'이라고 할 만한 방향성과 수준을 보여준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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