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국민의 시간, 선택의 심리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공천이 끝나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막이 올랐다. 앞으로 2주 남짓한 기간, 치열한 선거운동이 펼쳐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국민의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이 바로 4년마다 한 번 오는 국민이 오롯이 주인이 되는 '국민의 시간'이다.

흔히 선출직 자체를 '동냥 벼슬'이라 부른다. 고개를 숙이고 표를 달라며 애걸하는 모습이 마치 걸인이 음식이나 돈을 구걸하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이 후보와 정당을 오판해 잘못된 선택을 하면 자유를 잃고 스스로 노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국민의 시간이 너무나 중요한 이유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최종적인 선택을 하는 투표의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특정 정당을 지지하여 후보나 공약에 상관없이 무조건 표를 주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이념이나 가치, 혹은 성향에 따른 정당투표다. 정당투표는 세대를 이어가는 경향이 높은데,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정치적 성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데, 지역에서의 유사한 정치적 경험이나 어려서부터 같은 정치사회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특정 정당을 꾸준히 지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평생을 타지에서 살았어도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당과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기도 한다.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정 정치세력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 지역을 가볍게 여기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 즉 인물도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경력이 화려하거나 언론과 방송에서 익숙한 사람 등이 유권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보다는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인물이 지역사회에서 연고주의와 결합되어 동향, 동창, 씨족 집단의 영향에 따른 선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정책 공약도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들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나 교육 시설, 주민이 원하는 정책 등을 선점해 이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빌 공(空)자 공약이 많아도 그것을 믿는 것은 유권자의 심리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다양한 주체에 의해 수많은 여론조사가 이루어진다.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인 질문은 '내일 선거라면 어느 후보(정당)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것이다.

질문의 표현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지지 이유를 묻기도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구가 많아 대개 500명 정도의 표본을 추출해 질문하는데, 대체로 표본오차가 ±4.4%포인트(p), 즉 9% 정도다. 다시 말하면 9%p 정도의 차이는 실질적으로 우열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수없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니 유권자들은 심리적으로 우열을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자료들이 쏟아진다. 유권자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와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확대 재생산한다. 지능형 AI의 발달에 따라 진위 판단은 더욱 어려워지고 검증되지 않은 거짓 정보에 따른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유는 다양해도 유권자의 집단적 선택은 최종 결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 결정은 불가역적이며, 역사의 경로는 그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요인 중 무엇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느냐는 '유권자의 심리'에 달려 있다. 과거의 경험이나 주위에서 발산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심리'다. 정당의 대표나 후보들이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의 약속을 반복하는 것도 유권자의 심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오려는 시도다.

여론조사 결과, 특정 정당과 후보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유권자의 심리에 큰 변화를 일으킬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사건이 유권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가 달라지면 그것은 순간을 넘어 미래를 결정한다. 유권자 스스로 정치가 '심리'임을 잊지 말고 지난 세월 전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현재는 물론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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