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상생 외면 혁신도시 공기관, 110곳 중 지방은행 주거래 4곳뿐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지역 상생에 너무 인색하다. 1차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지났지만, 지방은행 및 지역 업체 거래 등 지역 기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국가 정책이다. 그런데도 공공기관은 지역 상생에 대한 의지와 실천이 부족하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끌어올려야 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방은행 홀대는 심각하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실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금융권 거래 현황'(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 110곳 중 지방은행을 1순위 거래 은행으로 둔 기관은 4곳(대구 2·부산 2)뿐이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의 경우 공공기관 10곳 중 대구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한 곳은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중앙병역판정검사소 2곳으로 나타났다. 자료 집계 시점 이후 사학진흥재단마저 주거래 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옮겼다. 10개 기관의 주거래 은행 예치금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약 2조8천억원이다. 이 자금이 지방은행을 통해 지역에 풀렸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주거래 은행 예치금 중 대구은행 비중은 고작 0.19%이다. 김천혁신도시(11개 기관)에서 지방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둔 기관은 한 곳도 없다.

공공기관들은 전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접근성 높은 대형 은행과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이는 디지털 뱅킹 시대에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이다. 근본 이유는 공공기관들의 상생 의지 부족이다. 공사·물품 거래도 마찬가지다. 대구 이전 공공기관들의 공사·용역·물품 총구매액 9천582억여원(2022년 기준) 중 지역 비중은 6.42%에 불과하다. 지역 경제계에선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의무 채용 제도처럼 지방은행 의무 거래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내 유동성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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