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생존권' 호소에 문 닫은 울릉조선소…어민 한숨 큰데도 울릉군은 소극적 대응

어민 "위험 대처 못하고 타 지역 이동해 수리해 불편"…주민 "40여 년 분진·소음 피해, 생존권 문제"
조선소 노후시설 수리하려던 울릉군 "운영권 없어 적극 대응 못해"…운영주체 수협은 "운영권 이관 가능"

경북 울릉군의 유일한 조선소. 지역주민 반대와 파손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조준호 기자
경북 울릉군의 유일한 조선소. 지역주민 반대와 파손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조준호 기자

경북 울릉도의 유일한 조선소가 주민들의 '건강 악화' 호소와 이전 요구에 수년 째 문을 걸어잠그면서 이곳을 이용하던 어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울릉군은 대책 마련이나 중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울릉군에 따르면 울릉군수산업협동조합(이하 울릉수협)이 울릉읍 저동리에서 운영하는 울릉조선소가 2022년 이후 2년 가까이 폐쇄됐다.

울릉조선소는 1970년대 저동항을 조성하던 즈음 민간이 운영하다가 한동안 문을 닫았다. 이에 어민 불편이 커지자 2004년 울릉수협이 맡아 운영해 왔다.

이곳은 울릉도를 오가는 선박의 기계적 결함을 관리해 왔다. 선박 외부 도색, 부품 교체 및 관리, 각종 선박 관련 철공 작업을 도맡았으며, 동해 먼바다에서 운항하다 고장·사고에 처한 선박의 응급수리도 해왔다.

울릉군은 지난 2022년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어민 불편도 덜어주고자 군 예산 6억원을 확보해 조선소 보강 사업을 계획했다. 그러자 같은 해 7월 주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들어 집단 민원을 제기, 조선소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소에서 나오는 분진과 소음 탓에 불편이 컸고, 페인트 가루나 FRP(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분진을 흡입한 주민 일부가 암에 걸리고 숨지는 사례도 잇따랐다는 주장이다.

저동리 주민 A(52) 씨는 "조선소가 어민에게 필요한 시설임은 이해하지만, 주민들은 40년 넘게 피해를 입었다. 10여 년 전부터 암에 걸리고 사망까지 이른 주민이 타 지역보다 늘었다"며 "그럼에도 울릉군과 울릉수협은 대안이나 상생 방안도 내놓지 않고서 무작정 조선소 재개에만 초점을 맞추니 주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지역 어민들은 뭍의 조선소까지 가서 선박을 수리하느라 불편이 크다.

울릉읍 어민 B(63) 씨는 "선박 사고가 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대형 크레인 바지선으로 배를 끌어 뭍의 조선소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조선소는 섬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하소연했다.

울릉군과 울릉수협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울릉군은 "운영권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입장"이라고 했다. 울릉수협은 "어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운영권을 (울릉군 등 타 주체에) 이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민과 어민, 수협, 울릉군이 모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타 지역 주민 C(54) 씨는 "울릉군은 '지역민이 반대하므로 공사도 운영도 못한다'는데, 이는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고 해결 의지도 없음을 보여준다. 어민과 주민 간 갈등만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소 일대는 저동에서도 가장 낙후했고, 위험물인 유류 탱크도 3기나 있다"며 "태풍 때 유류 탱크가 파손되거나 기름이 흘러 피해를 입으면서도 주민들은 묵묵히 견뎠다. 이런 상황이면 행정당국이 주민을 배려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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