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준표 시장이 대구퀴어문화축제 방해"…첫 사법부 판결에 시민단체 "환영"

24일 퀴어 축제와 관련 첫 판결…집회 방해는 '위법', 명예훼손은 '기각'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대구시 위법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
판결 힘입어 올해도 퀴어 축제 계획…대구시는 "검토 후 대응"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청구한 국가배상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온 직후, 조직위원회가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두나 수습기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청구한 국가배상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온 직후, 조직위원회가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두나 수습기자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퀴어문화축제 진행을 일부 방해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사법부 판단을 환영하며 올해 행사도 안전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4일 대구지방법원 제21민사단독 안민영 판사는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700만원과 이자 등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집회 방해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조직위가 집회 신고를 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축제를 준비해 행정대집행 사유가 없는데도,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이 축제 개최를 막은 것은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홍 시장이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한 "1시간에 80여 대 버스가 오가는 대구 번화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여는 퀴어 축제는 단연코 용납하기 어렵다", "1%도 안되는 성 소수자의 권익만 중요하고 99% 성 다수자의 권익은 중요하지 않습니까" 등 문구에 대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해당 글은 퀴어축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 조직위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선고 직후 조직위는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대구시의 행위는 분명한 집회 방해였다는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성소수자도 대한민국 헌법을 적용 받는 시민임을 분명히 선언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상 금액이 청구한 금액보다 낮은 점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대구시 행위가 폭력이라고 인정한 점, 퀴어문화축제가 적합한 과정을 거쳐 신고된 집회라는 점, 이런 집회를 대구시가 방해했다는 점이 모두 증명됐단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배상 청구가 기각된 점에는 유감을 표했다. 이번 소송에서 조직위 변호를 맡은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 단체에 대해 비하하고, 성소수자 집단을 모욕하는 발언에 대해 법적 책임 묻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해 6월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었으나 당시 대구시는 이 장소가 지자체의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집회 제한 구역'이라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조직위는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고 맞서며 대구시와 충돌한 바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7월 대구시와 홍 시장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축제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구시에 3천만원, 홍 시장에 1천만원 등 모두 4천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11월 조직위는 홍 시장과 일부 공무원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1심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책 마련할 예정이고, 항소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된 것 없다"며 "올해 퀴어문화축제 관련해서도 시기와 장소가 명확해지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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