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앞세워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요 침체에 빠졌던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반등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를 상대로 2028년부터 10년간 총 50.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46시리즈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름이 46㎜인 46시리즈는 기존 2170(지름 21㎜·길이 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에 알려진 테슬라 외에 원통형 배터리 수주처로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OEM)와 맺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배터리 폼팩터 면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46시리즈 공급 계약 사실을 알린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총 10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 계약을 통해 셀 기준 13조원 수준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듈을 포함하면 매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새 기업 비전인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Empower Every Possibility)를 선포하면서 원통형 46시리즈를 통해 전통 완성차 업체까지 고객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등 전기차 사업 내 제품과 고객 다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개발 중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GV90은 현대차가 울산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신공장에서 처음으로 양산 예정인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 SUV다.
울산 전기차 신공장이 2026년 1분기부터 양산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GV90의 출시 시점은 2026년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앞서 작년 10월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현대차와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26년부터 7년간 6세대 각형 배터리 P6를 현대차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유럽에서는 신임 유럽연합(EU) 집행부에 친(親)전기차 인사가 내정되는 등 전기차 시장에 훈풍이 감지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EU 탄소 규제에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올해 0.5% 역성장에서 내년 16.0%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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