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처럼 사전 제작 후 공개되는 한국 작품들이 몇 개월 간격으로 새 시즌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라도 종영할 즈음에 시즌 2에 대한 계획을 물으면 확실한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처음부터 시즌 1·2를 몰아서 촬영했고, 1년 이내에 두 시즌을 모두 공개했다.
7개월간의 촬영에 이어 후반 작업을 거쳐 2개 파트로 나뉜 시즌1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공개했다. 시즌2는 시즌1 파트2를 내놓은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달부터 볼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 '스위트홈'과 '오징어 게임'도 첫 시즌 공개 후 나머지 두 시즌을 사전 제작했다.
'스위트홈' 시즌 2와 3는 7개월 간격으로 공개됐고, '오징어 게임'도 시즌 2를 12월 26일 공개한 뒤 내년 중 시즌 3를 공개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확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반드시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에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파일럿 시리즈를 통해 대중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고, 아예 시즌 단위로 계약을 맺어 출연진과 제작진 연속성을 담보한 채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후속 시즌이 첫 시즌만큼 성공을 거둘지가 불투명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작된 OTT 드라마 중 시즌2가 전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D.P.' 시즌1은 군무이탈체포조를 중심으로 한 군내 부조리를 다뤄내며 주목받았지만, 두 번째 시즌에서 군내 권력 다툼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만의 색을 잃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스위트홈'에 대해서는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시도하다가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시즌제가 정착하려면 그에 적합한 지적재산(IP)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게 구상하고, 긴 호흡으로 전개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평론가는 "시즌제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단계별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며 "기존처럼 한 시즌 안에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연합뉴스에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즌제 드라마가 하나의 제작 형태로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긴 이야기의 시즌을 나누다 보면 이야기 배치나 호흡 조절 등에 있어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데,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10개 시즌을 넘기는 '미드'처럼 장수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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