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북 청도 부근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와 철로 작업 근로자 간 충돌 사고의 경상자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7명의 사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해당 환자가 사고 당시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A 씨는 이날 오후 3시쯤 경북 경산의 세명종합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던 중 "사고 현장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프다"며 "평소처럼 작업 일지를 쓰고 작업장에 투입돼 일하던 기억밖에 없고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일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초췌했다. 작업복 대신 사복을 입고 있었으나 옷가지엔 먼지가 묻어 있었고, 머리 우측 상단엔 응급 지혈한 자국이 있었다. 그가 팔을 들어 보여 준 왼쪽 팔꿈치는 찰과상 상처와 함께 퉁퉁 부어 있었다.
A 씨는 "두통이 심하고 온몸이 아프지만 X레이를 찍어 본 결과 큰 부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 가서 조용히 쉬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사고 피해자의 경우 심적·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 이날 외래 진료를 본 의사는 "검사 결과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 기억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했고, 같은 날 병원을 방문해 조사 중이던 경북 경찰청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사고 당사자의 기억이 돌아오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병원을 방문한 코레일 직원들은 외래 진료를 마친 A 씨를 서둘러 귀가 조처했다. 한 관계자는 "희생자들의 쾌유가 우선이다. 앞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언로를 코레일 홍보실로 일원화하겠다"며 "기억이 없는 분을 억지로 붙들고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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