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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매일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소감 / 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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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한 방울의 문장이 흰 바탕 위로 똑 떨어지는

2025 매일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자 마혜경
2025 매일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자 마혜경

낯선 곳을 좋아한다. 골목이나 지하철, 소란스러운 장터는 순간의 점령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름 모를 사람들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낯설다는 느낌은 나의 테두리를 선명하게 그리며 방관자에서 관찰자로 이끌어준다. 순진한 표정과 손짓을 기록하게 만드는 그 하루를 누군가는 근사한 모습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칭찬은 글이 되지 못한다. 생각을 넓게 펼친 후 불필요한 곳을 도려내야 물고기떼처럼 손끝으로 사유의 문장들이 모여든다. 기름을 짜듯 고독을 견뎌야 진한 한 방울의 문장이 흰 바탕 위로 똑 떨어질 뿐이다. 매번 근사함에서 그치는 나는 사실 부지런하지 않다. 그래서 폭풍 같은 매질이 당도했을 것이다. 강아지 사료를 구입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멍하니 오래 서 있었나 보다. '계산할까요'라는 직원의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네, 물론요. 빚진 글쓰기에도 곧 계산을 치르겠습니다!'

툭 튀어나오는 재채기처럼 고마운 마음 또한 참을 수 없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 백연심 여사, 얼마 전 당신의 다이어리에서 가을을 배웅하는 문장을 읽었다. "안녕, 단풍아! 내년에 또 보자." 핸드폰에 엄마를 '백 작가'라고 저장한 일은 여태 자랑스럽다. 그리고 영원한 나의 팬들, 어떤 상황에서도 날 위해 별처럼 반짝이는 남편과 어른스러운 늘이, 친구 같은 준호 모두 고맙고 사랑한다.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이지엽 교수님 그리고 단국대 대학원 교수님들과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큰 용기를 주신 매일신문 심사위원 허상문 선생님, 유인실 선생님, 주인석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 앞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제자리걸음이었으니 엄살은 이제 내려놓겠다. "하늘 너머에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연민과 사랑이 존재한다." 보후밀 흐라발의 이 말을 나는 믿는다. 그러니 더 이상 희망 운운하며 슬퍼하지 않을 테다. 계절과 팔짱을 끼고 휘파람을 불며 낯선 길과 글을 오래 사랑할 것이다.

〈약력〉

-서울 출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독서지도학과 석사 졸업.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2017년 경기도명소예술공모전 대상 수상.

-2018년 《열린시학》 한국예술작가상으로 시 등단.

-2018년 단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동인지 '그리움은 손바닥을 닮았다', 시집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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