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선에서 지역민의 보건의료 및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소를 이끌 보건소장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채용 공고 한 번 만에 소장을 뽑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소리가 현장에 만연하다.
주민 의료 및 건강 복지를 위해 법률 완화와 인식 개선이 시급하지만 책임만 크고 처우는 낮은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보건소장은 '명예봉사직'이란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현재,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보건소장 사례가 감사에 적발되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낮은 연봉, 높은 책임 '손사래'
대구경북 보건소 상당수가 보건소장 채용 공고를 내고도 지원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동구와 서구가 보건소장 공모에 나섰는데, 두 곳 모두 1차 공고에 지원자가 한 명뿐이어서 재공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북도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도내 24개 시군 보건소 중 9곳이 보건소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정직군이 소장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었다.
상주시는 지난해 보건소장 공고에서 지원자가 없어 5급 행정직이 보건소장 직무를 대리했다. 이는 지난해 경북도 감사에서 적발돼 지적받았지만 올해도 지원자가 없어 지적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행정직이 보건소장 직무대리 중이다.
보건소장은 지난 2024년 개정된 지역보건법 제1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의사면허 소지자여야 지원이 가능하다. 이후 재공고를 해도 지원자가 없거나 지원자가 부적합 판단을 받아 3차 공모까지 갈 경우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보건직 공무원 등도 모집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보건소장은 공무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게 돼, 일반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데다 져야 할 책임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공고 지원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구 일부 구·군에서는 개방형 4호에 임용되는 보건소장의 연봉 하한액을 7천49만원으로 설정했다. 소속되는 기초단체 동일 급수와 연봉을 통상적으로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보건소장은 하한액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임금을 받게 된다. 이는 최근 치솟고 있는 의사 연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보건소장이 현장 도착시간을 허위 기재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것처럼, 갈수록 보건소장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이 커진다는 점도 지원을 막는 요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지역 한 보건소장은 "보건소장은 지역 보건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통합돌봄이나 재난, 감염병 등 상황에서 져야 하는 책임이 굉장히 크다"며 "개업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도 문제로 꼽히지만, 점차 확대되는 책임에 비해 법적 지원이나 보호책은 미비하다는 점이 지원 장벽을 높이는 것 같다"고 했다.
◆불화 겪은 소장, 또 모셔야 하나
기준에 부합하는 보건소장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니 현장에선 인사를 두고 부작용이 터져 나온다.
소장 지원자가 없어 과거 직원들과 불화를 빚었던 보건소장이 다시 복귀할 조짐이 보이자 보건소 직원들 측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사례도 있다.
동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동구보건소장을 지냈던 A씨는 최근 진행 중인 보건소장 채용 공고에 다시 지원했다. A씨는 과거 소장직을 지낼 당시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갑질을 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일부 직원들은 A씨가 직원에게 일과시간 종료 후 자신이 머무르는 병원으로 와 간병을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성차별적 발언과 폭언을 일삼고, 기관 평가에 영향 주는 교육에 불참하는 등 문제를 빚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A씨는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자리를 옮겼고, 이 때문에 보건소는 5개월 간 소장 공석 상태로 운영됐다. A씨는 최근 동구보건소장 공고에 다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건소 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부구청장과 면담을 진행하며 A씨의 채용을 재고해달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같은 인사 부작용들이 불거지는만큼 보건소 현장에서는 보건소장 채용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법 개정과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의사 직군이 아닌 보건 등 타 직군이 소장으로 뽑히면 의사협회 차원의 반발이 굉장히 심하다"며 "정작 모집 공고를 올리면 들어오는 의사는 드물고, 근무하다가도 더 나은 처우를 찾아 떠나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경북지역 한 보건소장 역시 "능력만 되면 직군과 상관 없이 소장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보건법에 의해 의사만 지원할 수 있도록 막혀 있다"며 "행정을 잘 모르는 직군이 소장을 맡게 되면 생기는 문제점도 많고, 유찰이 자꾸 발생하는 구조기 때문에 악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보건소장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정부와 관할 지자체장의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2024년 지역보건법 개정으로 보건소장 임용 가능 범위가 확대됐으나, 여전히 구인난이 이어지며 한계를 보이는 만큼 지역 의료 인력 양성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은 "의사 면허를 가진 이가 아니더라도 임용될 수 있도록 법안 기초는 마련했다. 소장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 장이 의지를 가지고 2차 공고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의사 외 직군도 적극 채용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김종연 경북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수 역시 "보건소장은 주민을 위한 보건사업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채용 과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경제적 합리성 위주로 왜곡돼 있다 보니 지역 주민의 보건의료적인 복지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공 인력 양성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보건소장 채용난에 영향을 끼쳤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공공성을 띤 보건의료인력 양성 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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