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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향래] 내전(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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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노예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상충(相衝)으로 미국 남부와 북부가 4년 동안 피 흘리며 맞서 싸운 남북전쟁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번에는 영화 속에서 동서전쟁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군과 동부 연방군의 대립이다. 영화 '시빌 워(Civil War)-분열의 시대'는 극단적인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을 배경으로 그 참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헌정(憲政)을 파괴한 파시스트 3선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의 폭정(暴政)에 반발해 19개 주가 연방 탈퇴를 선언하며 미합중국이 크게 둘로 양분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베테랑 종군기자와 동료들이 대통령 인터뷰를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旅程)에서 경험하는 참혹(慘酷)한 내전의 실상과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서사적으로 그렸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두 편으로 갈라진 세상은 총성과 학살이 난무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돈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정치적 분열과 권력의 광기로 격화된 내전은 세상을 둘로 갈라놓았다. 그리고 선택을 강요했다. 기자들에게 총구를 들이댄 무장 세력은 묻는다. "어느 편이냐?" 기자는 외쳤다. "우리 모두 같은 미국인이다." 그러자 무장 대원은 다시 묻는다. "어느 쪽 미국인이냐?"

스페인 내전(1936~1939)은 좌파와 우파가 각각 외세의 지원을 업고 싸운 국제전이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을 쓴 영국의 전쟁 사학자 앤터니 비버(Antony Beevor)는 "내전은 재앙이며 결국 피해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역설했다. 상대편에게 대량 학살을 저지르기는 프랑코의 우파 국민군이나 좌파 공화군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좌파 중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았더라면 학살의 규모는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유사한 동족상잔을 겪은 우리에게 스페인 내전은 묻는다. "그래서 얻은 게 무엇이냐"고. 비상계엄 후폭풍과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우리에게 내전 영화는 그저 예술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일까. 동서로 갈라지고 좌우로 쪼개져서 사실상 총질 없는 내전 상태에 빠져든 우리에게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묻는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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