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김윤기] '환율 밈'과 전쟁추경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윤기 서울취재본부 기자
김윤기 서울취재본부 기자

원화 가치가 거의 매년 곤두박질치며 금융위기 수준의 고환율이 고착화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른바 '환율 밈'(Meme)이 유행이다. 실시간으로 원화 가치가 변하는 상황을 과장되게 대화 속에 녹여내 희극화한다. 온라인상에서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놀이의 형태가 많다. 일테면 아래와 같은 형식이다.

A: "회사에서 상여금 100만원 받았어요!" B: "와, 678달러나 받으시다니 부럽네요." C: "520달러면 나쁘지 않죠. 그걸로 뭐 하실 건가요?" D: "135달러면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핵심은 앞사람 말을 부정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 액수가 맞다'는 듯 다음 숫자를 던지는 것. 숫자가 줄어드는 폭을 뒤로 갈수록 크게 잡아 황당함을 극대화한다. 때로는 마지막에 달러 단위 대신 '치킨 한 마리' 등 실물 경제 단위로 떨어뜨리면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

고환율이 주는 고충을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양상이지만 실상 경제 주체 중에서는 이런 놀이에 웃을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을 테다.

원자재나 사업 밑천을 달러로 수급해야 하는 기업들은 비상이다. 항공기 리스 비용을 달러로 내는 항공사를 비롯해 소재나 연료 등을 수입해 써야 하는 수많은 기업과 종사자들의 표정 역시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이례적인 원화 가치 약세에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장 리츠(REITs)들은 막대한 환헤지 정산금을 토해 내야 할 처지다. 주가가 폭락하며 여기에 목돈을 묻어둔 투자자들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운용사들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가 됐다는 비판 속에서 "예상치 못한 수준의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는 항변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금값'이 된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며 연일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새롭게 쓰고 있음에도 환율이 잡히지 않고 있는 원인은 통화 및 재정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초지일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시장의 평가일 수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전쟁 추경'은 씁쓸함을 더한다. 정부가 26조2천억원 규모로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은 국회 상임위별 심사 과정에서 약 3조4천억원 증액되며 거의 30조원 규모가 됐다.

가정용 태양광 지원 475억원,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320억원, TBS교통방송 운영 지원 예산 49억여원 등 추경의 명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사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번 추경의 대표 사업 격으로 소득 하위 70%에 10만~6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민생지원금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지원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국가부채의 증가 규모와 속도를 고려하면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정부 여당의 구호도 공허하다. 예결특위의 최종 심의에서 다시 감액될 수 있겠지만 이대로라면 빚을 내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GDP 대비 나라 살림 적자 규모를 일정 범위 안으로 묶어 두는 '재정준칙 법제화' 등 관련 논의도 이제는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던 2024년,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등을 거치며 동력이 소진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부가 곳간 문을 열어젖힐수록 시장의 원화 신뢰도는 떨어진다. '환율 밈'이 단순한 농담을 넘어 잔혹한 예언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부는 재정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실용 외교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지난 7...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2주간 휴전 소식에 따라 한국의 코스피가 5.64% 급등하며 5800대를 돌파했지만, 이란 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에 ...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가짜 뉴스는 반란 행위' 발언에 반발하며 언론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김어준 뉴스의 가짜 뉴스 보도...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