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전략은 아주 단순하다. 이번 대선을 '이재명 대 윤석열 선거'로 치르는 것이다. 그러면 필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현재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이걸 더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줄탄핵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이제 대법원장까지 탄핵한다고 겁박한다. 삼권분립이 무너져 일당 지배, 일인 독재도 가능할 판이다. 그런데도 민심은 막무가내다. 이번 선거를 윤석열 심판으로 보기 때문이다.
4월 2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이재명 후보는 48.5%, 2위 김문수 후보는 13.4%였다. 중도 성향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51.7%, 김문수 후보 8.2%다. 1월 22~23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9%, 중도층 77.7%가 비상계엄을 잘못으로 보았다. 3월 25~27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은 60%, 반대는 34%였다. 중도층 70%도 찬성했다.
데이터만 놓고 보면, 윤석열과 계엄·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패배는 기정사실이다. 그게 냉엄한 현실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경선에서 계엄·탄핵 모두 반대인 김문수 후보와 함께 계엄 반대, 탄핵 찬성인 한동훈 후보가 선출되면서 희망의 싹이 보였다. 김 후보 또한 "우리는 아직까지 싸움이면서도 동시에 협력"이라며, 탄핵 찬성도 포용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의 수락 연설은 정반대였다. 그는 "수많은 국민들의 함성에도 대통령은 탄핵됐다"며 탄핵 반대를 확고하게 재천명했다. 그것도 연설 맨 처음에. '탄핵'이 김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잣대인 게 명백해졌다.
아이러니지만 이걸 가장 반기는 게 이재명 후보다. 4월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 후보는 연설 대신 10여 분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음성으로 시작한다. 지난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선고의 주문 첫 부분이다. 헌재 앞에서 환호하는 탄핵 찬성 인파의 뜨거운 함성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 후보의 사실상 출마 연설은 올해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이다. 그 첫 발언도 "대한민국을 길고 깊은 어둠으로 덮으려 했던 12·3 내란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정권의 친위군사쿠데타가 1차 내란이라면, 극단주의 세력의 조직적 폭동은 2차 내란"이라는 것이다. 탄핵 반대 국민도 내란세력으로 몰았다. 이 모두가 무슨 뜻인가? 계엄·탄핵 대선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는 말이다. '내란'이란 표현을 더 선호하지만, '탄핵 프레임'이야말로 이 후보의 필승 무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이겨 놓고 선거운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오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세론의 마지막 걸림돌은 한덕수 전 총리다. 정치에 지치고, 경제난에 한숨 짓는 국민에게 한 전 총리의 출마는 긴 가뭄 끝의 한 자락 빗줄기다. 그런데 한 전 총리 역시 지난 2일 출마 선언에서 계엄·탄핵 문제에 침묵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날 오후 한 전 총리는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한 뒤 곧장 광주 5·18 민주묘지로 내려갔다. 출마 선언에서 천명한 '약자 동행'에 이어 계엄·탄핵 문제를 넘어서기 위한 상징적 행보였다. 하지만 반대자들에게 길이 막히자 그는 "나도 호남사람"이라고 외쳤다. 돌아온 답은 "내란공범 한덕수 5·18 민주묘지 참배 반대한다"였다. '탄핵 프레임'은 이토록 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유가 넘친다. 반대 후보는 누구든 '탄핵 프레임'의 무간지옥에 가둬 놓으면 된다.
선거는 프레임, 정책, 인물이 승패를 가르고, 그중 프레임이 가장 중요하다. 프레임만 보면 이번 대선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한 술 더 떠 상대가 쳐 놓은 그물에 스스로 갇히고도 그런 사실조차 모른다. 눈뜬 봉사다. 그런데 이제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도 걷어찰 태세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데 도대체 무얼 갖고 이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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