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형준] '김문수–이준석 공동 정부 프레임'의 위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6·3 대선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5월 13~15일)에서 이재명이 51%를 기록하면서 김문수(29%)와 이준석(8%)을 압도했다.

주목할 것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김 후보 지지도(48%)가 과반을 넘지 못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선 이재명 후보(41%)가 오히려 김 후보(39%)보다 높았다. 지난 2022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TK에서 73%를 득표했다. PK에선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에게 20%포인트 가량 뒤졌던 것들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다.

단순한 후보 지지율 이외에 다른 민심 지표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굳어질 것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전국지표조사(NBS, 5월12~14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7%,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비율은 32%였다. 후보 지지 강도를 보면, 이재명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 87%, '바꿀 수도 있다 13%로 나타났다.

대선후보 호감도에서도 이재명 후보에게 '호감이 간다'(50%)가 '호감이 가지 않는다'(46%)보다 많았다. 4월2주와 비교해 호감은 15%포인트 상승했고, 비호감은 1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대선 당선 전망에서도 이재명 68%로 김문수(19%)보다 4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무엇보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후보 교체 파동을 겪으면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고, 프레임 전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 버클리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교수는 프레임이란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규정한다. 그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프레임을 제시하여 대중의 사고를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한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내란 종식 프레임'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로써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 프레임을 깰 수 있는 중요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김 후보가 3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는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해선 '범죄자 이재명은 안된다"라는 상투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시대정신이 담긴 '국민 공감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며 '4년 연임제' 개헌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러시아 푸틴처럼 장기 집권 의도가 숨어있다"고 공격했다. "중임제는 재선 기회를 허용하되 그 기간이 8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이 후보가 말하는 연임제는 재임한 뒤에 한번 쉬고 다시 재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3년 임기 단축 개헌'을 제시하면서 이재명 개헌안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하튼 '임기 단축 권력분산형 개헌 프레임'은 '반명 개헌 빅텐트'를 만드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과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공동정부에 합의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승리했다. 선거 막판에 '김문수–이준석 공동 정부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지면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다.

물론 현재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후보를 사퇴하는 사람이 국무총리를 맡고 내각 일부 임명권을 국무총리가 가지며, 2026년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중 한 명은 사퇴한 후보 정당 소속으로 한다고 합의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언컨대 '범진보 대 범보수'의 양자 구도가 만들어지면 선거 결과는 박빙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희망 고문이 아니다. 4050세대는 이재명, 6070세대는 김문수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스윙보터인 18~29세 연령층과 무당층의 선택이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계층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합이 각각 38%와 27%였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그 비율이 36%와 22%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7.9%였다. 선거 막판 극적인 후보 단일화와 '윤석열-이재명 공동 청산'이 시대정신으로 급부상하면 결과는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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