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학은 지역의 중심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교류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며, 지역은 점차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은 그 빈자리에서 조용히 버틸 뿐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지만, 그간의 대응은 실효성이 부족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지금 이 지역에 대학이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에서 교육이 지속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는 곧, 대학이 지역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역이 사라지면 대학도 설 자리를 잃는다. 대학이 사라진 지역은 더 빠르게 중심을 잃는다. 결국 대학과 지역은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어느 한쪽만의 생존을 꾀하는 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이 할 일은 명확하다.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말고, 지역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더 이상 학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업과 연결되고, 일상과 닿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대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학이 함께해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이 물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다시 지역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본격화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은 그 첫걸음이다. 대구가톨릭대는 본평가에서 11개 과제에 선정돼, 경북권 최대 규모인 약 800억 원의 지원을 확보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 사업을 통해 대학과 지역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입생 확보나 취업률 제고를 위한 일시적 전략이 아니라, 지역에서 배우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기술을 기반으로 대학·산업·지역사회·연구기관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지산학협력을 넘어, 지역과 함께 숨 쉬는 교육 생태계를 위한 출발점이다.
대구가톨릭대는 5년간 335억 원 규모의 'RISE U-늘봄사업'을 주관하며, 21개 대학과 함께 지속 가능한 경북형 교육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대응과 지역 내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공모형 과제로 ▷로컬 맞춤형 R&D ▷현장 실무형 고급인재 양성 ▷MEGAversity 연합대학 ▷특성화 대학 ▷대학 평생직업교육체계 구축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추진해, 지역 연계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K-U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1시군-1대학-1특성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청송의 항노화 산업, 봉화의 바이오메디 산업, 칠곡의 첨단농산업 등 지역 특화 분야와 교육을 긴밀히 연계하고 있다.
비수도권 중 가장 많은 대학이 위치한 경북의 특성을 살려,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청년 유출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교육과 현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이 지역 문제 해결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졸업생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대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지역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배우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대학의 역량이 지역 산업과 삶 속으로 스며들 때, 진정한 변화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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