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비디아 '호실적' AI 인프라 수요 '우상향'

1분기 매출 44억6천만 달러 시장 예상치 상회
미중 무역전쟁 H20 수출 통제로 2분기 '먹구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SAP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컨퍼런스(GT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SAP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기술 컨퍼런스(GT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이번 분기(2∼4월) 시장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AI 열풍이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무역갈등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견조한 AI 수요

회사는 440억6천만 달러(60조6천억원)의 매출과 0.96달러(1천320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매출은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433억1천만 달러를 웃돌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 0.93달러를 상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 증가한 수준으로, 순이익도 1년 전보다 26% 증가한 149억 달러로 집계됐다.

AI 칩과 관련 부품을 포함하는 주요 사업 부문인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73% 증가한 39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부문은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이 이 부문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또 AI 연구를 위해 수많은 엔비디아 칩을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네트워킹 제품 매출도 5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게임 부문은 42% 늘어난 38억 달러를, 자동차 및 로보틱스 부문은 72% 증가한 5억6천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서 다수의 칩을 탑재한 컴퓨터 시스템 단위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복잡하고 강력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 AI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 중국 수출통제 악영향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5∼7월)에는 45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LSEG의 전망치 매출 459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회사는 최근 중국 시장에 대한 H20 칩의 수출 제한이 없었다면 다음 분기 실적 전망치가 약 80억 달러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해오던 H20 칩에 대해 수출 제한을 통보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 칩의 재고로 인해 4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고, 수출 제한이 되지 않았다면 25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당 순이익 전망치도 0.96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분석가들의 전망치 주당 0.73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과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AI 칩 관련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이 (AI 칩 수출 규제로 인해) 사실상 미국 기업에는 닫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H20 수출 금지로 인해 중국 내 '호퍼'(Hopper) 데이터센터 사업은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엔비디아가 기존의 호퍼 아키텍처 기반 H20 칩의 중국 수출이 제한되면서 새로운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중국용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아울러 중국에서 규제 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2020년 컴퓨터 네트워킹 장비를 만드는 이스라엘 멜라녹스를 인수하며 각국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과 AI 칩을 계속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며 조건부 승인을 받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당국은 미국 수출 통제 준수가 중국 고객에 대한 불공정 차별이 되는지를 조사 중"이라며 "만약 우리가 관련 법률을 위반했거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벌금이나 사업 제한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 AI칩 수요는 우상향

엔비디아는 AI 칩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MS가 수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했으며, MS 파트너사인 오픈AI의 필요성으로 (블랙웰이 탑재된) GB200 제품을 수십만 개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 수십 기가와트에 달하는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휴메인'(Humain)과 최신 AI 칩 1만8천개 이상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0.51% 하락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5% 이상 오르는 등 4.3% 상승했다.

AP 통신은 "엔비디아가 관세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고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 속에서 또 한 번의 강력한 분기 성장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둔화가 실적에 부담을 줬음에도 2분기(다음 분기)에 대한 견조한 매출 전망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