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관세폭탄 법원에 '제동'…품목별 관세 꺼내드나

사상 첫 IEEPA 권한 활용, 법원 판단은 '무효'
전 세계 대상으로 한 통상협상 동력 상실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에서 취임 100일 연설을 했다. 연설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에서 취임 100일 연설을 했다. 연설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무효'로 보고 발효를 중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28일 법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백악관은 곧바로 해당 판결에 항소, 배수의 진을 치고 법적 다툼에 나섰다.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글로벌 무역 질서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은 당분간 뇌관의 작동이 멈추게 됐다.

◆사상 첫 IEEPA 권한 활용, 법원 판단은 '무효'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해방의 날'이라고 지칭한 지난달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이벤트를 열어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같은 달 5일부터 미국과 무역 거래를 하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했고, 앞서 한국을 비롯해 '최악의 침해국'로 분류된 60여개국에는 기본 관세를 합해 최대 50%에 달하는 개별 상호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이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결정하겠다며 협상을 진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을 주장하며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들고나왔다. IEEPA 제정 이후 이를 근거로 한 미국 대통령의 첫 관세 부과 사례였다. 해당 법안은 국가 비상사태시 대통령에게 다양한 경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사실상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는 이 법에서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온 만성적인 문제였고, 최근들어 갑작스럽게 크게 악화한 것도 아닌 만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 관세 무기로 내세운 통상협상 동력 잃나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통상 협상은 당분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통상 협상에서 내세워온 가장 유리한 협상 지렛대는 '관세'였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이런 강력한 무기 없이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했던 상대국들 역시 적극적으로 협상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관세를 무기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품목별로 부과한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품목별 관세를 내세워 무역상대국을 압박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또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때 활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아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근거로 관세를 다시 무기로 삼을 수 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특이하고 비상한 위협'이 외국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를 포함한 경제 활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연방법. 이 법에 따라 대통령은 다양한 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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