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의 교집합은 민생이며, 민생의 최종 성적표는 숫자로 드러난다. 대통령의 국정 성적표는 말이 아니라 돈이다. 주가, 금리, 환율은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가장 냉정하고 즉각적인 지표다. 민심은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고 여론조사는 샘플의 한계로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장은 속이지 않는다. 돈은 정직하다.
지금 새 정부가 들어섰고 인사 발표에 여론이 쏠리지만 정작 핵심은 '누구'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부라면 거창한 기획보다 돈 되는 정책에 집중하고, 돈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국력을 모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민생 중심 정치이자 성공하는 정권의 조건이다.
민생은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증명된다. 경제는 정치가 조용할 때 성장한다. 민심은 밥상 위에 있다. 민초에게 밥은 하늘이며, 밥 주는 이는 사장이며, 더 좋은 밥 먹게 해주는 이가 바로 좋은 대통령이다. 배고픈 국민 앞에서 정치가 소란하면 민심은 냉정해진다. 가장 훌륭한 정치는 백성이 배불리 먹고 웃으면서도 누가 왕인지 모르는 상태다. 정치는 보이지 않고, 생활은 편안한 상태, 그것이 이상적인 국정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후의 수습이 아닌, 위기 전의 통찰(Insight)에서 출발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인사'와 '인사이트'다. 인사는 정책보다 앞서고, 인사이트는 정책의 깊이를 결정한다. 재상의 뱃속은 배를 띄울 만큼 넉넉해야 한다. 사람을 쓸 때는 의심 말고, 의심스러우면 애초에 쓰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힘들게 번 돈은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적게 들이고 크게 얻는 것이 실용의 핵심이다. 실용 정부는 순풍에 불을 더하는 방식으로 적은 자원으로 큰 성과를 내는 정부다.
권력은 겸손하지 않으면 부패하고, 자만은 몰락을 부른다. 최근 5명의 대통령 중 4명이 탄핵, 수감, 탈당의 길을 걸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자만하면 그 끝은 늘 비극이었다. '자대(自大)'는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는 오만이다. 자와 대가 겹쳐지면 '취(臭)', 즉 부패의 징조다. 겸손 없는 권력은 결국 부패하고, 무너진다. 리더의 말은 가벼워선 안 된다. 정치가 시끄러우면 국민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 저급한 언어와 당리당략에 휘말린 권력의 말보다 말없이 지켜보는 시민의 침묵이 더 무섭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은 매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1,410만 명의 개미 투자자, 이른바 '주식당'이다. 주가가 빠지는 정부가 성공한 전례는 없다.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경제, 정치 모두의 성공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을 모방한 밸류업(Value-up)이 아닌 진정한 성장(Growth-up)을 추구해야 한다.
0%대 성장이 지속되는 나라에서 아무리 배당을 늘려도 투자자는 돌아서기 마련이다. 외국인은 단순하다. 성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돈을 빼 더 성장하는 나라에 투자할 뿐이다. 고배당 이후 빈 곡간에서 무엇을 더 줄 수 있는가, 바로 그것이 핵심 질문이다.
돈은 민심이고 정권을 평가하는 척도이며, 국제시장의 냉정한 판단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세계 평균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떤 정치적 언어로도 이 실패를 포장할 수 없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는 단순히 "안 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살 이유가 없어서"이다. 성장하지 않는 국가에 장기 투자할 바보는 없다. 0%대 성장은 변명이 아니라 위기다.
새 정부가 코스피지수 5,000을 목표로 한다면, 방향은 분명하다. 밸류업이 아닌, 그로스업이다. 혁신을 유도하고, 기업의 미래를 확장시키며,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성장 중심 정책만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의 총합이다. 지수 5,000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국민과 시장이 정부에 보내는 신뢰의 결과물이다. 밥상이 넉넉해야 주식도 오르고, 민심이 흡족해야 정책도 성공한다. 민심의 온도를 맞추는 정부가, 시장의 기대를 이끄는 정부가 결국 국민의 신뢰 위에 선 정부다. 돈에게 물어라. 그 답에 국정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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