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성장률 저하, 실질금리 하락,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 전방위적인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령화의 충격은 통화정책 운용에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초고령화와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을 차지해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이 같은 속도가 유지되면 오는 204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인구구조 변화가 실질금리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금리는 향후에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다 오는 2060년께 저축률 반전과 함께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균형 수준은 0.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률도 고령화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이에 따른 생산성 둔화가 맞물리면서 2040년대에는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투입 감소와 자본의 한계생산성 저하, 고령층의 저축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융 안정성도 고령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OECD 소속 약 7천개 은행의 자료를 토대로 고령화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가 1%포인트(p) 증가할 경우,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평균 0.64%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지면서 전반적인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고령화로 인한 충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통화정책 운용에도 실질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성장 기반 약화, 실질금리 하락, 금융 안정성 저하라는 삼중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에서 통화정책 목표 간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며 "구조적 저금리 환경은 기준금리 조정 여력을 축소시켜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고령화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출산율 회복, 고령자 고용 연장, 생산성 향상 등의 개혁 조치가 성장률과 실질금리 방어에 일정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2035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1.58명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경우, 2070년 기준 성장률은 기존 전망보다 0.7%p, 실질금리는 0.2%p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2024년부터 2029년까지 고령자 고용 기간이 매년 1년씩 연장돼 총 5년 연장될 경우 2029년 기준 성장률은 1.6%p, 실질금리는 0.2%p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0.5%p 개선될 경우에도 성장률과 실질금리는 각각 0.7%p, 0.2%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 환경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라며 "단기적 수요조절이나 일회성 처방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실물과 금융 부문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김문수 패배, 이준석 탓·내 탓 아냐…국민의힘은 병든 숲"
김문수 '위기 정면돌파', 잃었던 보수 청렴 가치 드러냈다
李 대통령 취임사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분열의 정치 끝낼 것"[전문]
안철수 "이재명, 통합한다더니…재판 중단·대법관 증원법 웬말"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재판, 헌법 따라 정지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