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외교를 실용주의로 예측하면서 2000년대 브라질 룰라(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을 롤모델로 삼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는 국제 외교 질서에서도 합리적 처세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것이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은 모범답안처럼 제시된다. 패권을 노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기존 강국들과 모두 접촉하면서 발전 잠재력이 큰 인도, 남아공 등과의 관계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아프리카 개발도상 국가들과도 끈끈한 유대를 이어간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좌파 진영의 표상이다. 그러나 사회경제는 물론 국제외교의 지향점마저 좌파 일변도는 아니다. 그에게 첫 당선을 안긴 2002년 대선의 러닝메이트는 보수 성향 섬유 재벌 조제 알렌카였다. 진영과 무관하게 소통하려는 행보는 시장친화주의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규제를 풀면서 외국자본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외국자본이 몰려든 건 수순이었다.
브라질의 전철을 우리가 따를 수 있을지, 그 방식 그대로 재현될지는 의문이다. 주변국 정세도 우리와 한참 다른 탓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한·미·일 협력 강화와 실용외교를 통한 국익 우선 기조는 국민 상당수가 환영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룰라식 실용주의 노선은 친미에서 친중으로 외교 노선을 바꾼 모델에 가깝다. 미·중·러·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상존하는 마당에 실리만 추구하는 건 고난도 문제다. 우리가 이 노선을 추종할 경우 한미동맹 체제의 균열은 불가피하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6·25전쟁이 휴전 중이고 핵을 가진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으며 중국도 지정학적으로 근접 거리에 있다"며 "미국을 무시하거나 역행하면 미국은 동맹국에서 최고의 위협국으로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브라질과 우리의 차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정치 발전 정도와 기업 수준, 전문가 그룹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섣불리 룰라식 실용주의 모델을 흉내 내기 곤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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