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주는 유난히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졌다. 월요일 출근했더니 화요일은 대선으로 휴일, 수·목 이틀 근무하고 나니 다시 국경일로 쉬는 금요일이 찾아왔다. 그리하여 주 중에 이틀을 쉬게 됐다. 누군가는 이 기회를 틈타 여행을 계획했을 것이고, 나는 출근과 퇴근 사이의 틈에서 나만의 여유를 음미하고 있다. 출근을 이렇게 한다면, 백 년도 버틸 수 있겠다는 너스레마저 나오니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순히 하루를 쉬는 것만으로 생기는 만족감은 아니다. 사실 그날에 특별한 일정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하루쯤 늦잠을 자고, 밀린 집안일을 정리하고, 세탁소에 들러 묵은 옷들을 맡기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 한 권을 펼쳐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그 여유로움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컸던 것 같다.
'한 주의 중간에 하루 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일상의 리듬은 달라진다. 휴일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그 일주일은 어느 때보다 견디기 쉬운 시간으로 바뀐다. 오늘을 지나면 하루 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퇴근길을 가볍게 만들고, 그날이 지나면 또다시 다음 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내일을 견디는 힘이 돼준다. 그렇게 하루의 여유는, 쉼 자체보다도 '쉼을 기다릴 수 있음'에서 더 큰 가치를 발한다.
가까운 미래에 여유가 보장돼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은 훨씬 너그러워진다. 꼭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공부에 쫓기는 학생이든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든, 누구나 그 '하루의 숨구멍'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에 묶여 사는 이들에게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쉼보다도 언젠가 반드시 쉬게 될 거라는 확신일지도 모른다.
무대공연도 그런 역할을 한다. 누군가는 세 달 전 예매해 둔 티켓을 불쑥 꺼내 보며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린다. "다음 주 금요일엔 일찍 퇴근해서 발레 공연을 보러 가야지. 그 전에 친구와 식사도 하고, 새로 산 신발도 신고 가야지." 그렇게 공연 하나가 내 일상을 조금씩 환기시켜준다. 꼭 예술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야구 경기를,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릴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의 공휴일'을 품고 산다.
혹시 다음 달 달력에 휴일이 하나도 없어 울상이라면, 직접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달력 속 나만의 여백을 정하고, 그날을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 좋아하는 공연을 예매하고, 함께할 사람을 정하고, 그 시간을 마음속으로 예행연습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여유일지 모른다.
예술은 누군가에게 '휴식'이다.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주는 시간. 굳이 그날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달력 속의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그렇게 한 주를, 한 달을, 그리고 나의 오늘을 버틸 힘이 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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