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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표 도서관 개관 장서 구매 '지역 서점 배제' 논란

4월 개관 장서 구입 입찰 진행…도서 8만여권·총 예산 16억원 달해
입찰 평가 기준 사서 10명 이상·단건 실적 2억원 이상 등 높은 기준
조건상 지역 서점 입찰 참여 어려워…"지역 상생 의지 없어 아쉬워"

대구 수성구의 한 서점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의 한 서점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대표 도서관을 개관을 앞두고 도서 구입 과정에서 지역 서점이 사실상 배제돼 지역 서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입찰 평가 기준안을 만드는 배경에 특정 업체가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8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지난 4월 남구 옛 캠프워커 헬기장 부지에 건립중인 대구 도서관에 납품될 '대구 도서관 개관 장서 구입' 관련 입찰을 실시했다. 도서 수량은 8만여 권으로, 도서비·데이터 구축비·인건비 등을 포함한 총 예산은 1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입찰 평가 기준이다. 대구시는 입찰 업체 조건에 ▷사서 인력 10명 이상 ▷최근 5년간 납품 실적 16억원 이상 ▷단건 사업 실적 2억원 이상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대구시 인증을 받은 지역 서점 187곳 중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입찰 결과, 서울에 본사를 둔 한 도서 납품 업체가 지역 납품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은 형태로 최종 선정됐다.

서점 업계에서는 대구 대표 도서관을 짓는데 지역 서점과의 상생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대구시가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 지역 서점 인증제 등을 도입했지만 결국 중요할 때에는 지역 서점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조민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팀장은 "큰 규모의 개관 도서라는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지역 서점에도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지역 도서관이 생기면 인근 서점에 미치는 피해도 상당한데 대구시의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역 도서관 개관 시 지역 상생을 위해 개관 도서를 지역 서점에서 구입하고 있다. 아산시는 지난 2018년 아산 중앙도서관 개관 당시 11억원 규모의 개관 도서를 지역 서점 8곳과 돌아가며 구입했고, 2023년 개관한 상주시립도서관도 3억6천만원 규모의 도서 구입을 지역 서점 3곳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문가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생 방안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서는 사실 질적인 면에서 업체 규모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전문성이 필요한 자료 관리는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 보면 충분히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구시에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입찰 평가 조건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나온다.

한 지역 서점 대표는 "업계에서는 평가 조건만 보고도 어떤 업체가 될지 특정할 수 있었고 결국 해당 업체가 선정됐다"며 "조건상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어 아예 입찰 시도조차 하지 못한 지역 서점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사업 규모가 크다 보니 정해진 기한 내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업체가 필요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서 납품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며 "10월 개관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납품 실적과 전문성을 갖춘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선정된 업체도 지역 납품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했기 때문에 전체 예산 유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2위 업체와 최종 점수에서 큰 차이가 없어 특정 업체를 염두에 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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