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3년간 집필, 77세에 완성…'사자성어큰사전' 상·하 출간

임무출 지음/ 박이정 펴냄
8천70여 개의 사자성어를 수록한 전 2권
"사전도 문해력을 키우는 책이 될 수 있다"

"할아버지, 미인박명이 무슨 뜻이야?"

13년 전, 꿈속에서 만난 손주의 질문을 듣고 잠에서 깬 교사 출신 인문학자 임무출 선생은 "과연 지금의 사전으로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답했다. "직접 써야겠다"

그날의 영감을 통해 그는 사자성어 사전 집필을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원고 작업은 13년간의 탈고와 7차례의 교정 과정을 거쳐, 77세의 나이에 마침내 두 권의 사전으로 완성됐다.

'사자성어큰사전'은 8천70여 개의 사자성어를 수록한 전 2권, 총 3천200쪽의 대작이다. '사자성어큰사전'은 국내 최초로 '직역'을 중심에 둔 사자성어 사전이다. 대부분의 기존 사전이 상황 중심의 의역을 택한 것과 달리, 이 책은 최대한 원뜻의 묘미를 살려 각 한자의 훈을 바탕으로 직역한 뒤 의역을 보완하는 방식을 취했다.

저자는 이를 "훈을 통한 또 다른 창작"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미인박명'은 '예쁜 사람은 불행하다'는 단순한 뜻풀이가 아닌, '아름다울 미(美), 사람 인(人), 엷을 박(薄), 목숨 명(命)'으로 풀어낸다. 각 글자의 고유한 뜻을 조합해 의미를 짚어내는 방식이다.

이 책에는 중국 고전에서 유래한 익숙한 사자성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52개의 사자성어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이 사자성어들의 출처를 밝히는 작업 역시 중요한 언어 연구라 강조한다.

또 사자성어를 이루는 문장 구조와 어조사를 분석해 독자가 자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파란색으로 표기한 훈, 실선과 점선을 활용한 핵심·보충 설명 등 세심한 편집도 눈에 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사전도 문해력을 키우는 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자, 3자, 5자의 한자 말도 앞으로는 직역과 의역을 병기해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문해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인터넷 사전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책 겉표지를 넘기면 원고지에 자필로 쓴 독자에게 보내는 인사말이 실려 있다. 한 장 한 장에 손때 묻은 문해 교육자의 집념과 애정이 담겼다. '사자성어큰사전'은 단순한 어휘의 집합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념이 만든 교육 철학의 보고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교육 현장의 통찰, 책과 학생 사이에서 길어 올린 언어 철학,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3천200쪽, 2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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